中 경제 정상화 독려에 지방정부 '통계조작' 논란 재연(종합)

입력 2020-03-02 21:33  

中 경제 정상화 독려에 지방정부 '통계조작' 논란 재연(종합)
전력사용 목표 달성하고자 기계 대신 '에어컨' 가동
국유기업 조업 재개율 90% 넘었지만, 중소기업은 30% 불과


(서울·홍콩=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인 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경제 정상화를 독려하자 지방 정부에서 통계를 조작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실적을 중요시하는 중국에서 과거 지방 정부들이 중앙에 잘 보이기 위해 경제 수치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자주 제기됐는데, 한동안 뜸하더니 이번에 다시 고질병이 재발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동부 해안의 공업지역인 저장성의 3개 도시가 관내 공장들에 전력 사용량 목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장 가동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전력 사용량 수치를 올려 중앙 정부에 저장성이 다른 지역보다 경제 정상화 속도가 빠름을 과시하려 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저장성 타이저우시의 타이저우데일리는 지난달 29일 1면 논평을 통해 전력 사용량 목표 달성이 실제 경제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다음날 해당 기사는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저장성의 한 기업주는 지난달 26일 지방 정부 관리로부터 구두로 평소 전력 사용량의 20%에 이르도록 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장성의 일부 중소기업들은 농촌 출신 노동자인 농민공들이 복귀하지 않아 공장 자체를 가동할 수 없어 에어컨 등 다른 전자기기들을 돌려 전력 사용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통계를 보면 공업지역인 산둥성과 광둥성의 공장 가동률은 70%나 회복됐고, 저장성은 그 수치가 무려 90%에 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는 또 지난달 28일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베이징의 공장 2곳을 보여준 후 전력 사용량이 작년 춘제(春節·중국 설) 이후와 똑같은 수준이라며 경제 정상화를 과시했다.
하지만 베이징은 공업 도시가 아닌 데다 베이징의 상황을 가지고 중국 전체 경제를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기업들은 공장 가동이 안 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중국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상한 내용을 보면 3분의 1의 기업은 한 달 치 고정비용을 충당할 정도의 현금만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기업들도 현금 보유액이 2달 안에 바닥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제 충격이 클수록 경제 정상화 압박을 높이고, 그에 따라 통계 조작 가능성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주 말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5.7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의 50.0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싱가포르 미즈노은행의 비슈누 바라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어두운 방에서 검은 고양이를 찾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뢰할 수 없는 통계로 만들어진 지표들은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국영기업과 중소기업의 심각한 조업 재개율 차이도 문제로 지적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감독하는 96개 국영기업이 거느린 4만8천 개 자회사의 조업 재개율은 91.7%에 달했다.
특히 원유, 가스, 통신, 전력, 운수업종의 가동률은 95%를 넘었으며, 일부 업종은 100% 가동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중국 공업정보화부 장커젠 부부장(차관)이 지난주 밝힌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조업 재개율은 30%에 불과했다.
제조업은 43.1%, 온라인 교육·정보기술 서비스업은 40%의 다소 높은 조업 재개율을 나타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춘제 연휴 이후 인력난과 물류 차질 등으로 조업 재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 부부장은 "중국 정부는 금리 인하, 사회보험료 납기 연장, 전기료 감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dae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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