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 재산 범위 확대·유언신탁 등 특화 신탁사 신설
은행-증권사 '밥그릇 싸움' 재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올해 국내 신탁 시장에 '1천조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신탁은 고객이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맡기면 은행·증권사 등의 신탁회사가 일정 기간 운용·관리해 이익을 남겨주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금융위원회는 신탁 제도가 국민의 노후 대비 자산관리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올해 수탁 재산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관련 제도 개편을 3년 만에 재추진할 계획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금융회사에 맡겨진 신탁재산은 전년 말보다 95조1천억원(10.9%) 증가한 968조6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그동안의 증가 추세라면 올해 2분기 중에는 1천조원 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이 맡고 있는 신탁재산은 480조4천억원으로 전체의 49.6%에 달했고 증권사 24.5%(273조2천억원), 보험사 2.1%(20조4천억원) 등이다. 이들 금융회사는 금전신탁과 재산신탁을 겸영하는 곳이다.
부동산만 맡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부동산신탁회사는 230조6천억원으로 23.8%였다.
신탁재산 유형별로 보면 금전신탁이 483조9천억원이고 재산신탁은 484조5천억원이다. 2018년에는 금전신탁이 재산신탁보다 1조2천억원 많았지만 지난해 역전됐다.
금전신탁은 퇴직연금 157조1천억원을 포함해 특정금전신탁이 467조3천억에 달했고 불특정금전신탁은 16조6천억원이다.
특정금전신탁은 신탁회사에 투자 대상을 정해 돈을 맡기면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내 돌려주는 상품이다. 투자 대상에 따라 정기예금형, 수시입출금식형(MMT), 채권형, 주가연계형(ELT), 파생결합형(DLT) 등이 있다.
불특정금전신탁은 신탁회사가 자유롭게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2004년 7월 이후 연금저축신탁상품을 제외한 신규 가입이 금지됐다.
재산신탁 중에서는 부동산신탁이 285조8천억원으로 가장 크고 금전채권신탁 194조3천억원, 유가증권신탁 4조4천억원이다.
신탁재산은 2014년 말 546조원에서 2017년 말 775조원, 2018년 말 874조원 등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처럼 신탁재산이 성장세를 보인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금융회사들이 신탁 시장을 새로운 수익처로 보고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금전신탁 상품 중에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절세 효과가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끌었다.
국내 신탁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지난해 부동산신탁회사 3곳을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인가를 내주며 부동산신탁 시장 규모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또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중에 신탁 제도가 국민의 노후 대비 제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수탁 재산 범위를 금전·부동산 등의 적극재산에서 자산에 결합한 소극재산 및 담보권 등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부채를 포함한 예금, 대출, 부동산 등 재산 일체에 대해 더욱 효과적인 자산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 신탁업 인가 단위를 신설해 지식재산권 신탁, 유언 신탁 등의 특화 신탁회사 진입을 촉진할 예정이다. 운용방식도 다양화해 자기신탁·재신탁 등의 운용방식을 허용할 계획이다.
신탁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서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상속과 증여 등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주목받았지만, 그동안 본래 취지와 달리 금융회사의 상품판매 채널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신탁 제도 개편은 2017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2017년 신탁 재산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신탁업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은행과 증권사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국회에서도 이견이 노출되며 좌절됐다.
은행은 자본시장법에 법적인 근거를 두고 있는 신탁업에 대해 별도 신탁업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증권사는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의 개편을 요구했다. 두 업권의 '밥그릇 싸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탁 제도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어 올해 하반기 추진할 계획"이라며 "예전에는 너무 무겁게 추진하다 보니 안된 부분도 있어 어느 정도로 강약 조절을 하며 가야 할지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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