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9월 생후 1년 이하 어린이 530명 사망…2018년보다 12% 증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의 의료 서비스 소외 지역에서 활동하던 쿠바 의사들이 대거 떠난 후 원주민 어린이 사망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가 '더 많은 의사들'(Mais Medicos)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당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던 원주민 어린이 사망 사례가 지난해에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BBC가 입수한 브라질 보건부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1∼9월 생후 1년 이하 원주민 어린이 사망자는 530명이었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원주민 어린이 사망자가 77명에 달했다.
이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12%가량 늘어난 것으로, 쿠바 의사들이 떠난 후 원주민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BBC는 전했다.
'더 많은 의사들' 프로그램은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빈곤 지역에 대한 의료 서비스 확충을 위해 좌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부 때인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영국·스웨덴 등 유럽 의료 선진국의 보건 정책을 본뜬 이 프로그램에 따라 브라질에서 활동한 외국인 의사는 1만6천4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쿠바 출신이 절반을 차지했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쿠바 의사들에게 월급을 직접 주지 않고 쿠바 정부에 전달했고, 쿠바 정부는 일정액을 제외하고 월급을 지급했다. 쿠바 의사들이 실제로 받은 월급은 30% 정도로 알려졌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을 앞둔 2018년 말 쿠바 정부가 자국 의사들을 '노예 노동'과 다름없는 상황에 빠지게 했다고 비난했고, 이에 대해 쿠바 정부는 자국 의사들을 철수시키고 외교 관계 중단을 경고했다.
'더 많은 의사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쿠바 의사 2천여 명은 귀국을 거부한 채 브라질에 체류했으며, 대부분 우버 택시 운전이나 병원 행정 업무, 상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한편, 보우소나루 정부는 지난해 8월 '더 많은 의사들'을 대체하는 '브라질의 의사들'(Medicos pelo Brasil)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나 의사 채용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로 북부와 북동부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 소외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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