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주요 역 유동인구 확 줄고 국제선 항공편 40% 감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제에도 불황 수준의 타격을 주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 및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우려로 유동인구가 급격히 주는 등 경제활동 전반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사람을 모이게 하는 행사의 자제를 요청하고, 3월 한 달간 초중고의 전면 임시 휴교까지 강행해 불황 추세는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소프트뱅크 계열의 위치정보 빅데이터 업체인 '아구프'(Agoop)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해 확산 우려가 커지던 지난달 17~21일 신주쿠(新宿), 도쿄, 시부야(澁谷) 등 도쿄 내 3대 주요역 주변의 전체 유동인구가 올 1월과 비교해 4~7% 줄었다.
특히 관광객이나 출장자들이 주축이 되는 도쿄도 밖에서 이들 3개역 주변으로 유입된 인파는 약 50% 급감했다.
유동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소비 부문이 입는 타격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본 대형 백화점 5개 업체가 전날 발표한 올 2월 매출 동향을 보면, 다이마루마쓰자카야( 大丸松坂屋)가 작년 동기 대비 21.8% 급감하는 등 4곳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일본 백화점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내국인 고객의 방문도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국토교통성 집계에 따르면 3월 1~7일 일본을 오갈 예정이던 국제선 왕복 항공편은 지난 1월 20일 기준으로 5천600편에 달했지만 운항 계획 취소가 잇따라 3월 2일 기준 3천500편으로 40%가량 쪼그라들었다.
이 가운데 중국 본토 연결편이 약 80% 급감했고, 대만 편과 한국 편이 각각 40%, 20%가량 줄었다.
경기 위축은 신차판매 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와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가 집계한 올 2월 일본 내 신차 판매 대수는 총 43만185대로, 작년 동월 대비 10.3% 줄었다.
지난해 10월 소비세 인상(8→10%)이 단행된 이후 5개월째 감소한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코로나19 전염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판매장 방문을 꺼리는 것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여파로 크루즈선사가 파산 지경으로 내몰리는 사례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베(神戶)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여객선 업체인 '루미나스 크루즈'는 2일 고베지방재판소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일본 내 최대급 레스토랑을 갖춘 크루즈선인 '루미나스 고베2'(정원 1천명)를 운항해온 이 업체는 2018년 오사카 북부 지진 등의 영향으로 경영이 악화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사태를 계기로 예약 취소가 잇따른 것이 직격탄이 됐다.
도쿄신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완만한 회복'을 계속해온 일본 경제가 갑자기 불황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