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하가능성 시사 나흘만에 단행…0.5%P 인하 고강도처방
동결기조서 방향선회…연준 "적절히 행동", 추가인하 여부주목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맞선 '구원투수'로 나섰다.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우려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연준이 고강도 처방에 나선 것이다.
연준의 이날 기준금리 인하는 전광석화처럼 전격적이었고, 금리 인하 폭도 컸다.
미 CNBC 방송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의 인하라고 전했다.
연준은 오는 17~1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미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경제 활동에 '진화하는(evolving) 위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에 비춰, 또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FOMC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1.0%~1.2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는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연준은 또 "(향후) 전개 상황과 이것이 경제 전망에 미치는 함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수단을 사용하고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해왔었다.
연준은 지난 1월 FOMC 이후 성명에서 "현 상태의 통화정책은 경제 활동의 지속적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2% 목표 근방의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었다.
코로나19 변수로 이날 기존의 동결 기조에서 방향을 급선회 한 것이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했다가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2018년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영향을 받아 지난해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렸고, 같은 해 9월과 10월에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28일 긴급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활동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면서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고 우리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파월 의장의 발언 나흘 만에 연준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여부와 이로 인한 미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연내 3~4차례의 인하를 전망했었다.
얼라이언스베르스타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위노그래드는 연준이 오는 17~18일 FOMC에서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지난달 28일 연준이 3월부터 6월까지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선제적 행동에 나서면서 주요국의 조치 여부도 주목된다.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전화 회의 이후 취해졌다.
G7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해 모든 정책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며,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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