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오진우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50베이시스포인트(bp) 긴급 인하했음에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3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85.91포인트(2.94%) 급락한 25,917.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6.86포인트(2.81%) 하락한 3,003.3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268.07포인트(2.99%) 추락한 8,684.09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연준 금리 인하 영향과 주요국 공동 대응 여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주시했다.
연준은 이날 금리를 1.00~1.25%로 50bp 긴급 인하했다. 연준이 예정된 정례회의가 아닌 시점에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할 수 있는 충격에 대응한 것이라고 연준은 설명했다.
연준은 또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언급을 반복하며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연준이 극약 처방을 내놨지만, 증시의 불안은 지속했다.
주요 지수는 장 초반 하락세에서 금리 인하 후 일시적으로 상승 반전했지만, 이내 다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낙폭이 1,000포인트에 육박하는 등 불안했다.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다리지 않고 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려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나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부양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금리 인하 외에 다른 정책 수단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양적완화(QE)와 같은 추가 조치에는 연준이 한층 더 신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에도 금리를 더 내리는 등 추가 완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전염병이 야기한 경제 충격에 금리 인하가 미칠 수 있는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해 이런 우려가 더욱 커졌다.
금융 중심지 뉴욕에서는 두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해당 확진자의 자녀가 다닌 학교 등이 휴교했다는 보도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주요 7개국(G7)의 정책 공조에 대해서도 이날은 실망감이 우위를 점했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아침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하강 위험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정책 도구를 사용할 것이란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연준과 양대 축을 이루는 유럽중앙은행(ECB)에서는 오히려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슬로바키아 중앙은행 총재는 ECB에 임박한 행동 필요성이 없다면서, 과잉 대응 위험을 지적했다.
다만 일부 외신은 ECB가 중소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한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강화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시장 참가자는 또 ECB가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연준에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과 재정 당국이 추가 부양 조치를 도입할 수 있느냐에 집중해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재무부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 상황을들여다보고 있으며 지원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로 타격 받은 기업에 대한 납세 연기 및 대출 지원 등의 조치를 할 것이란 발표가 나왔다.
므누신 장관은 그러나 코로나19를 이유로 대중국 관세를 보류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중도 성향의 조 바이든 전부통령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월가는 적극적 증세 등을 주장하는 샌더스 강세를 위험 요인으로 평가한다.
이날 업종별로는 전업 종이 하락한 가운데 기술주가 3.79% 내렸다.
금융주도 3.73%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양호했다.
공급관리협회(ISM)-뉴욕에 따르면 지난 2월 뉴욕시 비즈니스 여건 지수는 전월 45.8에서 51.9로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탈 날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시장은 여전히 바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난주의 패닉성 시장 붕괴는 쉽게 잊힐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증시가탄탄한 바닥을 찾으며 안정되기에는 2주 정도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0.17% 상승한 36.82를 기록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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