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금통위 금리인하는 2001·2008년 두 차례뿐
1∼2차례 인하 관측 급부상…"전격 인하땐 부작용"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내리는 '긴급 처방'을 내놓으면서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한은도 4월 9일 예정된 정례회의에 앞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0.50%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연준이 정례회의가 아닌 시점에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예정에 없던 '깜짝 인하'인데다 '0.5%포인트 빅컷'이다. 인하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이후 최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이번 인하는 통화당국 차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조치 가운데 매우 강력한 수준"이라며 "이번 긴급 인하 이외에도 향후 추가로 금리가 더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의 판단은 달랐다.
앞서 한은은 연준 결정이 있기 5일 전인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좀 더 살펴봐야 하고, 금리조정보다는 피해업종을 선별 지원하는 미시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주택시장·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이슈도 동결 요인의 하나였다.
그러나 연준이 사실상 금융위기 대응 수준에 준해 선제적 처방을 내놓으면서 한은도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연 1.25%)보다 더 낮아져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된 것도 한은으로선 금리 인하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경제지표가 더 나빠지는 것을 확인한다는 입장이었고, 반면 연준은 선제적으로 대응해 도산 가능성의 기업들을 돕고 있다"며 "한은이 2월 금리를 동결한 것은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은 "한은이 4월 금통위 때 금리를 내릴 것으로 판단하며, 코로나19 사태 악화 시엔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릴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전세계의 공조화된 통화완화가 기대되는데 최근까지 금리 인하를 계속해 온 신흥국 다수 국가들의 금리인하 기조는 한동안 더 유지될 것"이라며 "한은도 최대 두 차례까지 금리인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정부가 '슈퍼 추경'을 확정한 만큼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한은이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연준의 전격 인하가 한은의 의사결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한 평가도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전격 인하가 국내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생각보다는 중립적일 수 있다"며 "4월 인하 전망을 유지하지만, 미국처럼 한국도 임시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기준금리를 연 1.0%로 내린다 해도 대출금리가 바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 상황에서 한국은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같은 유동성 공급으로 기업 부도를 유예해주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급할 경우 한은은 이달 중에도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 금융시장이 놀랐듯 전격적인 인하가 부작용만 만들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법은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한은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27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0.7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 19일에도 임시 금통위를 열어 0.50%포인트를 전격 인하했다.
이주열 총재는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리 동결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긴 하지만 현재 임시 금통위까지 염두에 두거나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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