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이하 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긴급인하했다. 통상적으로 금리를 0.25% 포인트씩 조정하던 이른바 '베이비 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대폭적인 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이 예상됨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긴급 처방을 내린 것이다. 연준은 17∼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리려고 했지만, 현재 상황이 그때까지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이 예정된 정례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기준금리를 긴급 인하한 것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미 기준금리는 이로써 기존의 1.50∼1.75%에서 1.00∼1.25%로 낮아졌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상단 기준으로 같아졌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예측해 통 크게 금리를 내린 미 연준과 지나치게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한국은행의 안이한 상황 인식이 극명히 대비된다. 보다 과감한 재정ㆍ통화정책이 필요한 때다.
미국이 과감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격 금리 인하 직전 미국의 요청으로 열린 긴급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들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쓰겠다는 성명을 냈다. 머지않아 금리 인하에 동참하겠다는 신호다. 일본은 구두개입에 나섰고, 유럽 선진국들도 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풀 준비에 착수했다. 2008년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했던 금융위기 직후의 데자뷔다. 코로나19 쇼크가 세계 경제에 쓰나미처럼 밀려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4%로 0.5% 포인트나 낮췄다. 코로나19 공포가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글로벌 공급망과 관광산업이 무너지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경제 주체들이 심리적 공황에 빠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유다.
우리는 어떤가, 최근 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은 인식에서 긴박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부작용만 지나치게 부각하며 선제적 조처를 하는 데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보다 훨씬 강하고 경기상황도 나쁘지 않은 미국도 금융위기 때에 버금가는 인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리 경제 상황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엄중하다. 코로나19 확산도 중국 빼놓고는 가장 심각하다. 단순한 실물경제 영향을 넘어 일상까지 무너지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와 지역이 90곳을 넘어섰다. 대구ㆍ경북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하던 코로나19가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빚을 내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이럴 때 좌고우면은 신중함이 아니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당겨서라도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가 11조7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했다. 세수 부족분 3조2천억원을 빼면 실제 규모는 8조5천억원에 그친다. 당면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국회 통과 후 두 달 안에 75%를 집행키로 한 것은 현재 상황이 분초를 다툴 만큼 시급하다는 뜻이다. 최전선 대구ㆍ경북에 1조5천억원을 풀고 중기ㆍ소상공인에게도 2조원의 긴급 경영자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저소득층과 노인, 아동에 2조원의 소비쿠폰을 주고, 영세사업장 80만 곳에 평균 100만원씩 지원한다. 그래도 '언 발에 오줌 누기'일 것이다. 그나마 얼어붙은 소비를 살리고 방역을 지원하는 효과를 거두려면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가 필수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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