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적어 헬리콥터로 눈 운반·인공눈 발사해도 속수무책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세계적인 스키 관광지로 이름난 프랑스에서 나날이 따뜻해지는 날씨 탓에 한겨울에도 눈 내리는 날이 손에 꼽히다 보니 스키 관광업계가 존망의 기로에 섰다.
특히 1900년 이후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을 맞은 2019∼2020시즌에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자연 눈을 옮겨와도, 인공눈을 수시로 뿌려봐도 소용이 없었다고 톰슨 로이터 재단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알프스산맥의 평균 기온은 19세기 말부터 꾸준히 올라 평균 섭씨 2도 상승했다고 과학계는 보고 있다. 그 영향으로 해발 1천500m 이하에 있는 스키장에서는 눈 내리는 날 스키를 타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실제로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교는 1951년 이후 문을 닫은 스키장 169곳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날씨가 따뜻해져 눈이 내리지 않는 바람에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는 오스트리아,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키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1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키와 스노보드를 들고 프랑스를 찾으며, 여기에서 연간 창출하는 수익은 100억 유로(약 13조2천억원), 일자리는 12만개에 달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프랑스 중부 오베르뉴 지역에 있는 스키 리조트 몽도르의 패르릭 디트 전무이사는 성수기인 올해 2월에 눈이 오지 않아 170만유로(약 22억5천만원) 손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디트 이사는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은 리조트를 닫을 계획이 없지만,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하는 시기에 적자만 내고 있으니 다른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면서도 그 일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따뜻한 날씨 탓에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산맥에서는 스키 코스 28개 중 6개밖에 열지 못했고, 이 코스를 운영하기 5천유로(약 662만원)를 들여 헬리콥터로 산꼭대기에서 눈 50t을 운반해야만 했다.
일부 스키장은 인공눈으로 위기를 넘겨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공눈 1㎥를 생산하려면 물 0.5㎥와 전기 1∼3㎾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2.5유로(약 3천300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또 인공눈을 만드는 기계가 작동하려면 기온이 0도 이하로 유지돼야 하는데, 앞으로 겨울 날씨가 지금보다 더 따뜻해진다고 가정하면 인공눈은 결코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스키 업계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프랑스 스키 리조트 협회(ANMSM) 조엘 르타이오 전무이사는 "많은 리조트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스키는 여전히 프랑스 관광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겠지만 관광 수요와 기후변화에 맞춰 여러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눈이 부족해 슬로프를 열지 못할 때를 대비해 일부 리조트들은 웰빙, 음식 문화 관광, 스노슈잉, 산악자전거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프랑스 남동부에 자리한 샹루스 리조트는 겨울철에만 '반짝' 장사할 게 아니라 여름에도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회의 시설을 마련하고 물썰매장, 수영장을 갖춰놓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몇몇 스키 리조트는 현재 위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이사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풍광을 해친다는 환경·시민단체의 반대로 녹록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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