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조직 딱딱하게 굳는 현상…인공호흡기 장기치료 시 발생
코로나19 환자 80%는 경증…"과도하게 우려할 필요 없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김잔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 '폐 섬유화'로 평생 산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인터넷 루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부 환자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폐 섬유화는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보면 폐 조직이 벌집 모양으로 엉켜있는 것처럼 보인다. 폐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5일 호흡기내과 및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폐 섬유화는 주로 폐렴이 악화해 급성호흡기증후군을 겪은 환자들에게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인공호흡기 치료를 장기간 받으면서 폐가 손상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 섬유화는 폐에 생긴 염증이 나으면서 발생하는데 모든 폐렴에서 나타나는 건 아니다"라며 "화상이 심하면 피부가 잡아당긴 것처럼 상처가 남듯 폐에도 심한 염증으로 인한 상처가 남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오랜 기간 했을 때 나타나는데 이는 산소에 있는 독성 때문"이라며 "우리가 공기 중 마시는 산소 농도는 20% 정도인데 인공호흡기로는 농도를 100%까지 높일 수 있다. 60% 이상 농도의 산소 주입은 폐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당초 '우한 폐렴'이라고 불린 것처럼 대표적인 증상이 폐렴이다. 이 때문에 폐렴이 악화해 폐 섬유화 역시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서 자가호흡이 불가능할 정도로 폐 섬유화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폐 섬유화가 진행돼도 정도가 약하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같은 코로나계열 호흡기 감염병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의 경우 아직 명확한 연구 결과는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환자들의 치료 경과를 봤을 때 메르스보다 폐 섬유화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다는 진단이 나왔다. 외신이 보도한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첫 부검 보고서 역시 코로나19 환자의 폐 손상이 사스보다 덜 확연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폐 섬유화 진행 비율을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메르스와 비교해 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폐렴으로 엑스레이상 폐가 하얗게 변한 환자들을 놓고 보더라도 폐 섬유화까지 진행되는 사례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자의 80% 정도는 증상이 경미해 폐 섬유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폐 섬유화는 위중한 환자에서 나타나는데 코로나19의 경우 대부분이 경증"이라며 "경증 환자들에서 폐 섬유화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기본적으로 폐 섬유화 자체는 엄청 드문 사례"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폐 섬유화에 대한 논란은 불안만 가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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