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임대료 3% 불과 중소기업 면세점만 '찔끔' 인하 논란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업체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중견 사업자인 에스엠면세점이 인천공항 신규사업자 입찰 포기를 선언하면서 정부의 임대료 감면 조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에스엠면세점은 현재 진행 중인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사업권 신규 사업자 입찰 포기를 선언하면서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배제를 이유로 꼽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 매출이 급락했는데도 정부의 임대료 조정 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입점한 업체의 임대료를 6개월간 25∼30%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7곳 가운데 임대료 인하 혜택 대상이 된 곳은 시티플러스와 그랜드 면세점뿐이었다.
정부가 임대료 인하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면서 대기업인 롯데와 신라, 신세계는 물론 중견기업인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 면세점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이 98곳까지 늘면서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업계 전반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인천공항의 지난달 이용객은 160만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43%나 줄었다.
공항 내 대기업 3사 면세점의 2월 매출액도 1천50억원 수준으로 전월보다 51%나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해 대기업 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지불한 임대료가 총 9천84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3사는 2월 한 달 매출액의 약 80%를 임대료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견기업 면세점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에스엠면세점의 인천공항 1터미널 매출은 지난해보다 52.9%나 줄었다.
평소 월 매출의 26∼27% 수준을 임대료로 냈지만, 지난달의 경우 매출의 56%를 임대료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에스엠면세점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3월에 서울 시내 면세점의 주말 영업을 중단하고 주 3일 근무에 들어가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면세점도 이달 말까지 원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한시 도입했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수익 95% 이상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면세점에서 나오는데도 정부가 3%밖에 안되는 중소기업 면세점의 임대료만 '찔끔' 인하해주고 생색을 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게다가 임대료 혜택을 받게 된 중소기업 면세점 2곳 가운데 시티플러스의 경우 최대 주주가 일본계 면세업체인 JTC라는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는 공항 내 상업시설 임대료를 10% 인하해 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비상 상황으로 면세업계가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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