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로 떨어지며 취임 후 최저…여성폭력 증가 속에 여성들이 더 등돌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취임 1년간 70% 안팎을 유지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뚝 떨어졌다.
여성폭력을 비롯한 범죄 증가에 대한 분노와 정부의 범죄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율에 반영됐다.
5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이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57.1%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의 68.7%에서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9.8%에서 29.8%로 늘었다.
지난 2일 또 다른 주요 일간지 레포르마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지지율은 59%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전용기를 없애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 속에 높은 지지율을 구가해왔다.
취임 초기인 지난해 3월 지지율은 70% 후반이었고, 이후 살인 건수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멕시코가 경기 침체에 접어드는 동안에도 60% 후반의 높은 지지율을 이어갔다.
단단해 보이던 지지율이 최근 급격히 떨어진 것은 늘어나는 범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줄곧 마약 카르텔 등 범죄조직을 강력하게 소탕하기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 교육 등 근본적인 해법에 집중해 왔는데 좀처럼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 살인 건수는 3만4천582건으로, 2018년 기록을 넘어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였다.
엘우니베르살의 조사에서도 정책 분야별 지지율에서 범죄 대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8.9%에 그치고 지지하지 않는 응답이 65.6%였다.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을 묻는 문항에도 가장 많은 응답자가 범죄와의 싸움(22.7%)을 꼽았다.
특히 최근 잔혹한 여성살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성 지지자들이 먼저 등을 돌렸다.
여성의 대통령 지지율은 53.3%로, 남성의 60.3%보다 낮았다.
만연한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여성폭력 현황이 언론에 의해 조작됐다고 말하거나 여성폭력의 원인을 신자유주의로 돌리는 발언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매각에 실패한 대통령 전용기 대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복권의 판매 개시일을 여성 파업이 예고된 오는 9일로 잡았다가 비난이 일자 10일로 바꾸기도 했다.
지난 2일 레포르마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우린 괜찮다. 여전히 다수다. 국민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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