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1980년대 사회주의자 샌더스 활용해 선전전 계획"

입력 2020-03-06 16:59  

"소련, 1980년대 사회주의자 샌더스 활용해 선전전 계획"
NYT, 미국 벌링턴시-소련 야로슬라블시가 주고받은 문서 분석
1988년 샌더스 의원 소련 방문 전후로 자매도시 추진과정 담겨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2파전을 벌이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과거 버몬트주 벌링턴시장 재직 시절 소련의 선전전에 활용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샌더스 의원이 1980년대 후반 벌링턴시와 소련 야로슬라블시를 자매도시로 만들려고 외교적 노력을 쏟아붓는 사이 소련은 샌더스 의원을 "전쟁의 근원을 제공하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폭로하는 수단으로 삼으려고 했었다는 것이다.
NYT는 벌링턴시와 야로슬라블시 사이에 오간 편지와 전문, 소련 정부 내부 문건 등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소련은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인 시장'을 소련 체제를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녹아있었다고 분석했다.
샌더스 의원은 소련 정부가 선전 대상으로 공략한 유일한 미국인 공무원도 아니었고, 그가 특별히 소련 체제를 받아들이려 했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소련 측은 샌더스 의원을 "사회주의자"라고 묘사하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은 냉전 시대에도 벌링턴시-야로슬라블시뿐만 아니라 여러 자매도시 관계를 맺곤 했는데, 소련 정부는 이 제도를 미국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펼칠 무대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소련 외교부가 야로슬라블시에 보낸 공문을 보면 "선전전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 가장 유용한 통로 중 하나가 자매도시 관계를 맺는 것임이 사실상 입증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처럼 소련 정부는 미국 도시와 자매결연을 하면 미국 내 여론을 흔들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소련에 먼저 손을 내민 샌더스 의원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하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샌더스 의원 대선 캠프는 샌더스 의원의 이러한 풀뿌리 외교 노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소련과 미국의 도시를 하나로 묶어주는 아이디어는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적극 독려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마이크 카스카 캠프 대변인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벌링턴시와 야로슬라블시 교류는 서로 얼굴을 맞대야 양국 국민과 정부 사이에 존재하는 장애물과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다는 샌더스 의원의 오랜 관점을 확인시켜준다"고 평가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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