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유증상자·의료인' 우선 착용…일반인은 '손씻기·거리두기' 먼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나는 괜찮다. 당신 먼저"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폭증한 보건용 마스크의 수급 안정을 위한 추가대책을 내놓으면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마무리 발언으로 소개한 내용이다.
이날 정부는 조달청을 통해 국내 총생산량의 80%를 사들여 약국과 농협, 우체국을 통해 일주일에 한 사람당 구입을 2장씩으로 제한하고 출생연도에 따라 월∼금요일로 구매날짜를 분리하는 5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출은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사실상 보건용 마스크 배급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마스크 공급방식은 일찍이 대만에서 시행해서 부족한 마스크를 둘러싼 사재기와 줄서기를 줄이고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게 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만은 국민 이해와 협조를 끌어내고자 '나는 괜찮다. 당신 먼저' 캠페인을 전개했다.
대만 인구와 마스크 생산량에 비춰봤을 때 물자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진짜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자는 게 이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라고 김용범 1차관은 말했다.
그는 "공급이 수요보다 태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의 협력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업무 특성상 마스크가 가장 필요한 분들께 돌아갈 수 있게 전 국민의 이해와 양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주당 1인 2매 구매조치를 시행하게 된 점을 이해해달라면서 특정 민간업체나 지자체의 대량구매나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 식약처장은 "정말 꼭 필요하신 분들께 마스크가 조금 더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하신 분들은 마스크를 좀 양보해주시고 부족한 공급량이지만 이번 개선방안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등 대부분 보건당국은 일반 국민이 상시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권고한다.
WHO는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 환자나 많은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는 사람, 기침·재채기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사람 등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혼잡하지 않거나 개인 공간에서까지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특히 마스크보다는 손을 열심히 씻고,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을 더 강조한다.
WHO는 "마스크는 손을 자주 씻은 상태에서 사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지어 미국 보건당국은 아예 "마스크를 사지 말라"고까지 권고했다. 미국 공중 보건위생을 책임지는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현지 방송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쓰지 않는 것보다 더 해롭다"며 "대부분은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시키기 위해 손으로 얼굴을 만지게 되는데, 이는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정 본부장에 따르면 마스크를 우선 써야 하는 집단은 기침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마스크를 써서 비말(침방울)로 남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기에 우선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의료인들이다. 의료인이 마스크를 써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게 해야만 의료기관의 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는 감염 차단 과정에서 유증상자와 의료진들을 보호하는 데 가장 필요한 물품이라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예방수칙은 손 씻기로, 겉면이 오염될 수 있는 마스크가 손 위생을 대체할 수 없다"면서 "마스크는 필요하신 분들이 먼저 쓸 수 있게 그런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도 "코로나19 예방과정에서 보건용 마스크의 기능과 역할이 과도하게 홍보된 부분이 있다"면서 "건강한 사람은 야외활동이나 일상 활동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손 씻기와 거리 두기로 손만 잘 씻어도 코로나19는 대부분 막을 수 있고 타인과 거리를 멀찍이 유지할 수 있으면 굳이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국민이 공포에 사로잡혀 너나없이 마스크를 사들이니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면서 "손 씻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환경에서 생활한다면, 마스크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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