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살만 국왕 건강 이상설 돌아…국왕 외부행사 사진 보도로 소문 간접부인
"왕세자, 왕가 내 불만 듣고 자제력 잃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잠재적인 왕위 경쟁자로 꼽히는 가까운 친족을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고 서방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이를 두고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국왕에 즉위하는 시점이 임박하면서 이들 경쟁자를 미리 단속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솔솔 나왔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아버지인 살만 국왕의 건강이 최근 상당히 악화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우디 왕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빈 나예프 전 왕세자와 그의 남동생 나와프 빈 나예프 왕자, 살만 국왕의 남동생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 등 고위 왕실 인사 3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30대의 젊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위를 순조롭게 계승하는 데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무함마드 왕세자에게는 사촌 형제와 삼촌이 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들이 왕위를 찬탈하려고 반역을 모의한 혐의로 체포됐다면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왕실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조처라고 해석했다.
영국 로이터통신도 사우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는 애초 왕위 계승 1순위였지만 2017년 6월 왕세자 지위와 내무장관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당시 부왕세자(제2왕위계승자)였던 무함마드 왕자를 왕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압박을 받았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아흐메드 왕자는 살만 국왕의 유일한 동복동생으로,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비판이 고조할 때마다 본인이 거듭 부인하는데도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NYT는 7일에도 사우디 왕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 군 정보사령부 사령관 나예프 빈 아흐메드 왕자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빈 아흐메드 왕자는 전날 체포됐다고 보도된 아흐메드 왕자의 아들이다.
NTY는 "아흐메드 왕자 부자를 모두 체포하자 왕가는 크게 놀랐다"라며 "아흐메드 왕자가 살만 국왕과 가까워 그간 무함마드 왕세자가 다른 친족을 탄압했을 때도 그 '분노'에서 예외였기 때문이다"라고 해설했다.
이어 "체포된 왕자들의 측근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가 모임에서 자신에 대해 불만이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자제력을 잃었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칼릴 자흐샨 미국 아랍센터장은 알자지라 방송에 "왕가 안에 (왕세자에 대한) 일종의 비판이 일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형사적 체포를 설명할 수 없다"라며 "복면을 쓴 보안군이 왕자들의 자택에 들이닥쳐 끌어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감정적 불만이 체포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중동권 언론에서 85세의 고령인 살만 국왕의 건강 이상설과 왕위 이양설을 제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미 사우디의 실권을 장악했지만 35세의 젊은 나이인 그가 아랍 이슬람권의 지도국이자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의 왕좌에 오르기엔 권위와 경험이 부족하다는 기류가 국왕 교체가 임박하면서 왕가 내부에서 더욱 고조했다는 것이다.
그가 여성 인권 신장 등 '계몽군주'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지만 적대적 대이란 정책, 예멘 내전 개입, 자말 카슈끄지 살해 지시 의혹 등 모험주의적이고 강경 일변도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흐름을 감지한 무함마드 왕세자가 국왕 즉위에 앞서 왕위를 조금이라도 위협하는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장악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가까운 친족을 체포했다는 게 이런 추측의 얼개다.
사우디 당국은 왕자 체포 보도를 부인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다.
다만 국영 SPA통신은 8일 살만 국왕이 주우크라이나 사우디 신임 대사를 접견하는 사진을 보도해 건강이상설을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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