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급속히 확산하며 대유행(팬데믹·Pandemic) 조짐을 보임에 따라 유가와 주가 급락으로 촉발된 시장의 공포가 세계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 사람의 이동과 물류가 막히고, 글로벌 공급 체인과 소비 기반이 무너지면서 성장률이 크게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9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금요일에 비해 4% 넘게 추락해 1,950선까지 밀려났다. 환율은 급등해 원/달러 환율은 1천200선을 넘었다. 오후 3시40분 현재 일본 닛케이 지수는 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5% 각각 하락세다. 지난달 중순 역사적인 30,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던 뉴욕 다우 지수는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2만5000선으로 주저앉았다. 국제유가는 패닉이다. 지난 금요일 10% 가까이 하락했던 브렌트유 5월 선물 가격은 산유국의 감산 협상이 실패하면서 이날 개장과 동시에 30%나 폭락했다. 서방 경제의 핵심축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해 팬데믹 가능성을 키웠고, 이렇게 되면 글로벌 경제 침체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투매를 불렀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글로벌 경제는 비관적 전망 일색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치달아 3분기까지 진정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에 그치고, 미국과 유럽, 일본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코로나19가 아시아와 유럽, 북미 등 전 세계로 확산하면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2.9%)의 절반 수준인 1.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주요 금융사 약 500곳이 가입한 국제금융협회(IIF)도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1.0%로 낮췄다.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보면 이들 예측기관의 우려 섞인 전망대로 글로벌 경제가 뒷걸음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이 금리를 전격 인하하는 등 선진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한 강력한 행동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받는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 이미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1%와 1.4%로 하향 조정했고,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경우 0.2%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수출 감소와 내수 침체로 정부의 2.4% 성장 목표는 가물가물해졌다.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점한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해도 미국과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확산이 계속되면 세계 경제의 회복은 요원하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만반의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11조7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맷집을 키웠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미 편성된 예산과 추경을 동원해 피해가 큰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항공·여행·유통업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이들이 버틸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실탄이 부족할 경우 추가로 재정을 동원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지표 타령이나 과잉 유동성 우려 등 한가한 걱정을 접고 즉시 금리를 내려 재정 확장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경제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 지나친 공포는 경제의 적이다. 정부가 확고한 리더십으로 명확한 방향을 잡아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은다면 이번 위기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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