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으로 옮기는 결핵균, 기침 유발 물질 직접 만든다"

입력 2020-03-09 16:26  

"기침으로 옮기는 결핵균, 기침 유발 물질 직접 만든다"
황지질 산으로 통각수용기 자극하는 '기침 유발' 메커니즘 확인
미 텍사스대 연구진, 저널 '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기침으로 배출된 비말(침방울)을 주 매개체로 전염된다.
이렇게 기침을 통해 병균이 옮겨지는 전염병 중 대표적인 게 결핵(Tuberculosis), 특히 폐결핵이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약 13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폐결핵은, 여전히 WHO(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10대 질병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올라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어떻게 기침을 일으키는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과학계의 오랜 숙제다.
그런데 미국 텍사스대 댈러스 캠퍼스 과학자들이, 폐결핵 환자에게 심한 기침을 유발하는 화학 물질을 발견했다.
폐결핵 균(MTB)이 생성하는 이 물질은 통각 신경 말단을 자극해 기침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5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셀(Cell)'에 실렸다. 텍사스대는 별도의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테드 프라이스 교수는 "폐결핵은 아직 세계 많은 지역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라면서 "결핵균이 기침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발견함으로써 이 전염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계기를 찾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폐결핵 환자의 심한 기침은, 세균 감염으로 인한 폐의 염증이나 자극과 관련이 있다는 게 의학계의 가설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기침을 일으키는 건, 아픈 자극에 반응하는 통각수용기(nociceptor)였다. 통각수용기는 거의 모든 신체 조직에 존재하는 자유 신경 말단을 말한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에서, 폐결핵 균이 생성하는 황지질 산(SL-1)이 통각수용기를 자극해 기침을 일으킨다는 걸 확인하고, 인간의 통각수용기 세포에서 동일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도 검증했다.
연구팀은 이어 특정 MTB 종(strain)의 유전자를 조작해, 황지질 산을 생성하지 않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실제로 이런 균에 감염된 생쥐는 기침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의 마이클 실로 내과 부교수는 "활동 폐결핵 환자는 몇 달씩 심한 기침을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라면서 "앞으론 결핵의 확산을 막기 위해 기침을 막는 약을 항생제와 함께 투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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