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재 피해 석탄 팔아 '방탄 외제차' 수입"

입력 2020-03-10 10:29  

"북한, 제재 피해 석탄 팔아 '방탄 외제차' 수입"
유엔 보고서, '김정은 마이바흐' 반입경로 확인…이탈리아 회사들 관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북한이 유엔 제재를 피해 수개월 동안 석탄, 모래, 석유를 몰래 수출하고 방탄 승용차와 로봇 등 사치품을 수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이 이달 중 공개할 대북제재 이행 및 위반 등에 관한 연례 보고서 초안과 최근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토대로 이같이 전했다.
유엔 보고서는 대북 제재의 '구멍'으로 북한이 밀수출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고 적시했다.
이로써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기 위한 자금을 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사치품 수입 과정은 북한이 민간 물자이면서 동시에 군용으로도 쓸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의 조달을 위해 사용 가능한 정교한 기법을 잘 보여준다고 NYT는 평가했다.
특히 신문은 지난 2018년 네덜란드에서 들어온 북한의 방탄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 2대에 주목했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으로 추정되는 이 차량의 반입 경로는 지난해 7월 미국 비영리 연구단체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처음 공개했는데, 이번에 유엔 전문가패널이 자체 조사를 통해 밀반입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엔 전문가패널은 보고서 초안에 지난 2018년 여름 북한으로 운송된 '방탄 마이바흐' 차량의 식별번호를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별번호를 통해 파악한 이들 차량의 '조달자'는 이탈리아 회사 2곳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회사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해당 이탈리아 회사 중 한 곳의 임원인 산드로 치안시는 NYT 인터뷰에서 아시아로 운송할 2대의 방탄 메르세데스 승용차를 구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행선지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치안시는 "내 고객은 이탈리아 사람이었고, 로마에서 수출입 사업을 하고 있다"라며 "그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와도 외교적 관계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아무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12월 메르세데스-벤츠 측이 사업 관계를 단절하는 피해를 봤다며 억울해했다.
해당 차량을 중국 다롄으로 운송한 두 번째 이탈리아 회사는 NYT의 이메일 인터뷰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성명을 내고 "제3자에 의한 차량 판매, 특히 중고차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이번 북한 차량의 경우에는 식별번호가 나와 조사에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불법 밀수출을 돕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위성사진을 통해 중국 영해에서 북한 선박이 연루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제재 회피의 증거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대북제재 이행 과정에서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석좌는 "미중관계 악화를 고려할 때 중국 지도자가 북한 문제에서 워싱턴과 협조하려고 할 것 같지 않다"며 "(북한의) 새 리조트와 관광지구 개시 등은 북한 정권과 지도층이 성공적으로 제재 구멍을 찾아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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