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단감염' 방역 변수 되나…"인구 밀집해 전파규모 커"

입력 2020-03-10 13:10   수정 2020-03-10 14:41

수도권 '집단감염' 방역 변수 되나…"인구 밀집해 전파규모 커"
서울 구로 콜센터 최소 36명 감염…"의료기관·요양시설 주의해야"
수도권서도 경증환자 입원방안 마련해 '2차 피해'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강애란 기자 = 서울 구로구에 있는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수도권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는 서울·경기·인천 인구 2천600만명이 밀집해있고, 의료기관이나 상업시설 등 주요 시설이 모여 있어 이른바 '슈퍼전파' 사건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콜센터 직원과 이들의 접촉자가 거주하는 인천, 경기 의정부 등으로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지자체별로 확인된 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서울 22명, 인천 13명, 경기 의정부 1명 등 최소 36명이다.
10일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단감염은 코로나19 방역에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수도권 확진자 발생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동안 대구·경북에 집중해 발생하던 신규 확진자는 신천지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연일 줄어들고 있지만, 수도권 내 콜센터, 의료기관 등의 시설에서 벌어진 집단감염이 대규모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수도권에는 인구가 밀집돼 있고 시설도 많다"며 "수도권 내 요양시설과 병원 등에서 유행이 시작되면 환자 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사망자도 많아져 치명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서울과 경기, 인천은 인구도 많고 외국인도 가장 많다"며 "아직 환자가 많은 대구·경북 상황을 해결함과 동시에 서울, 경기 등의 지역사회 감염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콜센터나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 차단에 방역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까지 수도권에서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은평성모병원, 성동구 주상복합아파트, 경기 분당제생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는 지역사회에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면서 집단감염을 계속 만들어가는 단계"라며 "확진자 중 30%는 여전히 감염원을 잘 모르는 환자들로 현재로서는 집단 발병 클러스터(집단)를 우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 환자가 무더기로 나오면 대구·경북과 마찬가지로 병상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의료기관 내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수도권에 병원이 많긴 하지만, 중증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 치료 병상이 부족할 것"이라며 "대구에도 대학병원이 5개 있지만 (병상이 부족한 것처럼) 서울 인구를 고려하면 충분히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분당제생병원과 서울백병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수도권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라며 "(병상 부족에 대비해) 체육관 같은 곳에서 경증환자를 입원시키는 방안 등 '2차 피해'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수도권 집단감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 내 집단감염을 위험요인으로 판단하고 관리대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서울·경기 지역은 인구가 약 2천만명에 달하는 굉장히 밀집된 환경이기 때문에 집단폭로(감염원에 대한 노출)나 의료기관 노출 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며 "예방적인 차단 노력을 좀 더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대구·경북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다른 시도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감염이 있다"며 "특히 병원이나 요양시설의 경우 수도권에서도 (집단감염) 문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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