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부족 수요 충당 못해…물류체계 갖춘 약국이 주민센터보다 접근성 좋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주민센터에서 가구당 1주일에 5~10장씩 분배해서 배포해라. 수령할 때 서명받아서 두 번 받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팔고 싶으면 주민센터에서도 판매해라", "그냥 당분간은 전량 동사무소, 주민센터에서 팔아요. 주민센터에 비치하고 신분증 가져가서 가족 수만큼 살 수 있게 하면 안 되나요?", "행정복지센터에서 가구 수 조사해서 한 달 기준 1인당 30매 정하고, 10일 단위로 판매하면 사재기는 없을 텐데…"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면서 국내 보건용 마스크 생산물량 80%를 조달청을 통해 사들여 전국 약국과 읍·면 우체국 등을 중심으로 공급하자 주민센터도 공적 공급처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센터를 활용해서 공적 마스크를 당분간 무료로 배포해 단기간 수급 안정을 꾀하든지, 그게 어렵다면 각 주민센터에서 공적 마스크를 팔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11일 이에 대해 "정부도 마스크를 원활하게 국민에게 공급하고자 주민센터에서 판매하거나 아니면 아예 무료로 나눠주는 방안까지 검토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을 시행하기에는 현실 여건상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접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부는 주민센터를 통한 무상 배포 제안은 일찌감치 제외했다.
현재 국내 하루 마스크 생산량은 1천만장 안팎에 그친다. 최근 1일 1천300만장까지 생산역량을 끌어올렸지만, 현재 5천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총인구수를 고려할 때 무료 배포하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하루에 한 사람당 1장도 못 돌아가기 때문이다.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일부는 황사나 미세먼지 등에 대비해서 미리 마스크를 사서 비축해놓은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까지 무상으로 보급하면 코로나19로 가장 힘들어하는 대구·경북 지역 주민과 의료인 등 마스크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오히려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마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국민 접근성도 주민센터보다는 약국을 주요 공급처로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현재 전국의 주민센터는 약 3천여곳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약국은 2만4천여곳에 달한다. 주민센터보다 약 8배 많다.
양 차장은 "주민센터보다는 약국이 훨씬 많아서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사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주민센터에는 물류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 됐다.
양 차장은 "주민센터를 공적 판매처로 택하면 여기까지 마스크를 배송하는 새로운 물류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고려해서 공적 역할도 하면서 주민 접근성도 높은 약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보급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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