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60개 이전 방침에 교수 반발…"동선 길어 진료에 차질"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서울대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재난 상황에 쓸 수 있는 음압격리병동을 추가로 구축하면서 그 자리에 있던 교수연구실을 인근 호텔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 교수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이달 초 보직자 회의에서 본관 9·10층에 다른 병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중증질환 동반 감염병 환자 전문진료를 위한 음압격리병상 24개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 교수연구실을 인근 호텔로 이전해야 한다는 사업안을 발표했다.
병원 측이 이전을 추진하는 호텔은 본관에서 도보로 11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신규 병상은 이런 계획을 바탕으로 당초 5월 말 운영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는 교수실 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서울의대 A교수가 쓴 글을 소속 교수들에게 공유하며 "병원 리모델링 기획안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교수 연구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며 "(이전 장소인) 호텔은 진료를 수행하기에 동선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A교수는 이어 "해당 공간은 병상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지원기능을 하는 곳"이라며 "이런 구조물을 병실로 적당히 개조하는 시도는 부실화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 일본 등 해외 대학병원들과 비교해 국내 병원들의 병상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존 입원 환자 중 반드시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을 전원·퇴원시키고 해당 공간을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 반발이 커지자 서울대병원 측은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추진된 계획은 아니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나온 사업안"이라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고 교수진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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