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일 런던서 양측 회동…영국, 캐나다 모델 요구할 듯
이견 커 연내 합의 불발 우려…코로나19에 전환기간 연장 목소리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이 이달 중순 예정된 유럽연합(EU)과의 미래관계 2차 협상을 앞두고 무역협정 초안을 내놓기로 했다.
무역협정에 대한 영국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오히려 EU와의 입장 차이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전날 의회에 내놓은 성명에서 EU와의 미래관계 2차 협상이 오는 18∼20일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이어 "영국은 그 전에 자유무역협정(FTA) 초안을 비롯해 여러 법률 문서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초안은 EU가 캐나다,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맺은 것과 유사한 수준의 무역협정을 영국이 원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EU에 '캐나다 모델' 무역협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와 캐나다 간 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에 따르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 관세는 없어지지만, 여전히 통관 및 부가가치세(VAT)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반면 EU는 영국이 규제일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캐나다 모델 무역협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래관계 협정의 범위에 대한 접근 방식, 모두가 지켜야 하는 게임의 규칙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영국이 결정해야 한다. EU 단일시장에 가까이 가기를 원하는 만큼 그들은 단일시장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무역협정 초안을 준비하는 것은 EU 탈퇴협정 협상 때 전임인 테리사 메이 총리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다.
EU 탈퇴협정 협상 초기 EU 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탈퇴협정 초안을 제시했지만 영국 측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달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미래관계 1차 협상에서 영국과 EU는 어업, 분쟁 해결 절차, 규제일치 등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1차 협상 직후 "많은 의견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심각한 의견 차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지난 1월 31일 EU를 탈퇴함에 따라 양측은 올해 말까지 설정된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무역·경제 협력, 외교정책, 안보·방위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미래관계 협상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양측은 무역 합의의 방향과 조건 등 핵심적인 요소를 두고 의견 충돌을 빚고 있어 시한 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럽 내 확산에 따라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그동안 브렉시트 전환 기간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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