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탈레반 죄수 석방 결정…"평화협상 위한 조치"

입력 2020-03-11 11:23  

아프간 정부, 탈레반 죄수 석방 결정…"평화협상 위한 조치"
"폭력감축 시 5천명 단계적 석방…14일부터 1천500명 풀어줄 것"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과 평화협상 추진을 위해 죄수 5천명을 단계적으로 석방하기로 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11일 보도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대변인인 세디크 세디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이 폭력을 크게 감축한다면 이번 주부터 죄수 5천명에 대한 단계적 석방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디키는 "호의의 표시로 14일부터 15일간 하루 100명씩 1천500명을 석방하고 나머지 3천500명은 협상이 시작한 뒤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가니 대통령의 명령서를 인용해 협상이 시작되면 이후 2주마다 500명의 죄수가 석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는 그간 미국-탈레반 간 포로교환 합의에도 관련 사안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버텨왔다.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달 29일 평화 합의에서 3월 10일까지 국제동맹군·아프간 정부군에 수감된 탈레반 대원 5천명과 탈레반에 포로로 잡힌 아프간군 1천명을 교환하기로 했는데 아프간 정부는 "이와 관련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포로 교환 카드는 탈레반과 협상 과정에서 사용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탈레반은 "수감된 5천명이 풀려나지 않으면 아프간 정부와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반발해 아프간 내부 세력 간 평화협상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좌초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외신들은 아프간 정부의 이번 결정이 탈레반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차질이 빚어진 평화협상에 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아프간에 평화가 완전히 구축되려면 외국군 철수와 함께 기존 정부와 탈레반 간의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반대로 미국과 평화합의 타결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직접 협상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레반은 미국의 요구로 아프간 정부 측과의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부 세력 간 협상이 추진돼왔다. 내부 세력 간 협상 개시 예정일은 10일이었다.
미국 측은 아프간 정부의 죄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관련 미국 특사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죄수 석방 관련 세부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즉시 카타르에서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이번 평화 합의에서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
대신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합의에 따라 미국은 군 병력 철수를 시작한 상태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 등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세력을 회복, 현재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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