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빠르고 충분한 추경 확대로 경기부양·민생구제 실효성 높여야

입력 2020-03-11 13:45  

[연합시론] 빠르고 충분한 추경 확대로 경기부양·민생구제 실효성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편성한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대한 심사에 들어간 11일 오전 열린 여당과 행정부·청와대의 당·정·청 회의는 추경의 증액을 기정사실화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기로에 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교통항공여행업, 교육문화서비스 분야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총체적 위기의 강도에 비해 정부가 제시한 추경은 너무 왜소해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학계에서도 공감대를 넓혀온 게 사실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경제 전반이 받는 충격은 더 심각하고 장기화할 수 있다. 추경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타이밍이 중요하며 이를수록 좋다. 이번 임시국회를 놓치면 총선 일정 등으로 몇 개월을 허비해야 한다. 여야와 정부는 지혜를 모아 재정의 추가 투입이 시급한 분야 위주로 사용처와 필요액을 정해 이달 17일인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길 바란다.

추경을 키워야 한다면 그 규모를 정하는 일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포퓰리즘 논란 등으로 여야의 입장도 다를 수 있다. 최근 박용만 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추경안은 국내총생산(GDP)을 0.2%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전대미문의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40조원 규모로 증액할 것을 주문했다. 이 정도는 돼야 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가 편성한 추경 11조7천억원 가운데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3조2천억원을 빼면 실제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은 8조5천억원이다. 메르스 때의 6조2천억원에 비해 2조여원 많다고 하지만 경제가 회복기에 있던 메르스 당시와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지금의 여건을 비교할 때 규모가 절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와 투자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거나 최악의 경우 0%대로 바닥을 뚫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추경을 찔끔 증액했다가는 효과도 없이 당장 2분기에 다시 편성 압력에 몰릴 수 있다. 당면한 난국을 극복하는데 모자라지 않는 충분한 규모가 돼야 할 것이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여의치 않아 추경은 대부분 국채를 찍어 조달해야 한다. 이는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주저앉는다면 미래도 없다.

추경을 확대할 경우 그 사용처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절박성을 수긍할 수 있는 분야에 재원을 배분함으로써 '돈 뿌리기' 오해를 피하고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편성한 8조5천억원의 추경 가용액은 방역체계 보강과 고도화에 2조3천억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실제 민생과 관련된 예산은 6조여원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비명이 가장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은 2조4천억원이어서 이 분야의 증액이 시급하다. 관광산업이 빈사 상태에 빠지고 오프라인 소비가 감소하면서 타격이 큰 지역 경제 회복지원액 8천억원도 액수를 더해야 한다. 피해 산업에 대한 구제책도 추가해야 한다. 민생고용안정 지원에는 3조원이 배정됐는데 하루하루 생존에 허덕일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여권에서는 한시적으로 국민 전체나 취약계층에게 1인당 50만∼100만원의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가 분출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 이번 사태로 존폐의 갈림길에 몰린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노동자 등에 대한 제한적·선별적 소득 지원은 검토할만하다.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에게 생명줄을 던지는 것은 퍼주기가 아니라 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다. 명분이 차고 넘친다면 정부와 여당은 국민에게 추경 증액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야권도 총선 셈법이 아닌 국가 경제 전체를 생각하는 대국적 견지에서 이 문제를 보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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