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의사들 "당국 은폐 속에 동료들 허망하게 죽어"

입력 2020-03-11 12:45   수정 2020-03-11 13:40

우한 의사들 "당국 은폐 속에 동료들 허망하게 죽어"
"당국이 코로나19 발병 보고 막아…후베이성 양회 기간 심한 개입"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을 처음 알린 뒤 세상을 떠난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일했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병원은 의료진의 피해가 다른 곳보다 컸는데 당국의 정보 은폐가 한 원인이라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이 11일 보도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우한중심병원은 의료진 4천명 가운데 230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이는 우한의 병원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지난 9일에는 주허핑(朱和平)이 리원량과 장쉐칭(江學慶), 메이중밍(梅仲明)에 이어 이 병원에서 일하다 코로나19로 숨진 4번째 의사가 됐다. 흉부외과 부주임과 비뇨기과 부주임도 위중한 상태라고 병원 수간호사는 전했다.
우한중심병원의 한 부문 책임자는 당국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병이 통제 가능하며 사람 간 전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잘못된 정보로 수백명의 의사와 간호사는 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환자를 치료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들 의사와 간호사는 자신들이 발병했을 때도 발병을 보고할 수 없었다. 동료나 대중에게 적시에 알릴 수도 없었다"면서 "이것이 가장 뼈아픈 손실이자 교훈"이라고 말했다.

우한중심병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된 발원지로 추정되는 화난수산시장에서 가까운 병원 가운데 하나로 발병 초기에 가장 많은 환자를 받았다고 이 병원 의사들은 말했다. 1세대 감염은 더 치명적일 수 있는데 리원량과 메이중밍이 같은 환자로부터 전염됐을 수 있다고 의사들은 전했다.
우한중심병원 의사들은 1월 초 이 병원이 발열 환자로 넘쳐났는데 감염병 전문가들이 아닌 다른 과에서도 발열 환자를 받은 탓에 의료진이 쉽게 감염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행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병원의 당서기는 감염병을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 의사들이 중요한 공공보건 정보를 전파하는 것도 금지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한시 보건당국은 우한중심병원이 발병 사례를 제때 보고하는 것도 막았다는 사실이 병원 내부 문서에서 확인됐다. 당국의 개입은 후베이성 양회(兩會·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가 열린 1월 12∼17일에 특히 심했다.
문서에 따르면 양회 개막일인 1월 12일 법 집행 관리가 병원에 와서 감염병 사례는 우한시와 후베이성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친 뒤에만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다음날인 1월 13일에는 우한 장한(江漢)구 질병예방통제센터장인 왕원융이 우한중심병원에 전화를 걸어 1월 10일에 보고한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사례를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질병통제센터에 샘플을 가져가라고 했지만, 센터 측은 기다리라고만 했다가 사흘이나 지나 양회가 끝나가는 1월 16일에야 샘플을 수거해갔다. 이때까지 우한중심병원에는 의심 환자 48명이 나왔다.
1월 12∼17일 우한 보건당국은 신규 환자를 1명도 발표하지 않다가 양회 종료 다음 날인 1월 18일에야 코로나19 신규 환자 4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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