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판매' 약국에 보상 필요 목소리…나홀로 약국은 '울상'
국회 추경 심사서도 다뤄졌지만…법적 근거 마땅찮아 정부 '난색'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김예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공적 마스크를 파느라 일상적 업무가 마비된 약국의 손해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대응 조치에 협력한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상해주면서 마스크 판매에 따른 약국의 손실도 함께 보상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12일 의약계 등에 따르면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 대다수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난 9일부터 매일 1∼2시간씩 다른 업무는 거의 보지 못한 채 마스크 판매에 매달리고 있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혼자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은 마스크 물량을 확인하고, 몰려드는 사람들 줄 세우고,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판매하느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도권의 한 약국에서 일하는 B씨 역시 "사람들이 많이 올 때는 3∼4명이 마스크 판매 업무만 하는데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에서 공익 인력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공개, 민간 개발사들이 이를 활용해 약국별 마스크 재고량을 알려주는 앱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혼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약사와 직원 등 7∼8명이 일하는 약국의 한 약사는 "시간당 매출의 20∼30% 이상은 손해 보는 상황"이라며 "약국마다 업무 과부하가 걸리고 있지만 다들 어려우니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탓에 일부 약국에서는 '공적 판매 마스크를 팔지 않겠다'며 이탈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회원 약국 중 약 200곳 정도가 마스크 판매를 중단했다. 일부는 판매 중단 결정을 철회하기도 했지만, 다수는 업무 차질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과 정해진 물량을 팔 수밖에 없는 약국 사이에 혼란이 빚어지는 일도 적잖다. 손님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멱살까지 잡히는 약사도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할 때 약국의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적 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매하기로 했으면 약국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손실 보상'에 대한 부분이 명시돼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정부는 감염병 대응 조치에 따라 의료기관과 격리시설, 약국, 일반 사업장 등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상하게 되어 있다.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손실 보상 비용은 약 8천58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정부는 이 중 5천80억원은 예비비로 충당하고, 3천500억원은 추경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전날 보건복지위원회의 추경 심사에서 약국 보상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법에서는 감염병 환자 치료 명령, 의료기관 폐쇄 명령, 소독 명령과 관련된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도록 하고 있는데, 마스크 판매 관련 손실이 보상 대상이 되기 힘들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더라도 별도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약국은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적 유통망을 가진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것이 책무이긴 하지만,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잘 모르고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대부분의 약사는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려고 나선 것"이라며 "국가 재난적 상황에서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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