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전문가들, 수요 감소에 원유·가스 등 가격 급락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산유국들의 각자도생으로 원유시장이 대혼란을 겪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에너지 시장 전반에 동시다발적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에너지 분야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에너지와 기후변화 분야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CSIS의 석유전문가인 프랭크 베라스트로 수석부사장은 코로나19로 항공 이용을 비롯한 경제활동 감소와 정유공장 폐쇄 등 생산활동 제한으로 원유 수요가 종전 전망치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요가 급감하는 기간과 정도에 따라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원유 가격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라 에머슨 연구원도 중국의 강도 높은 격리 조치로 세계 제조 공급망이 중단돼 나프타(납사)와 경유 등 산업용 석유제품 수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는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약 120만 배럴로 증가하고 이 가운데 약 45만 배럴이 중국 수요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거래가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 역시 석유 수요의 성장세가 낮아지고 있어 현재 글로벌 석유 수요는 1일 40만∼50만 배럴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전문가 다수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할수록 석유 수요 전망은 더욱더 어두워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니코스 사포스 연구원은 전 세계 가스 수요가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됐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해 가격도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아시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지표인 JKM은 44% 급락했고, 북미 셰일가스 지표인 헨리허브 가격도 22% 하락했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의 가스 저장시설이 평소라면 재고가 40% 채워져야 하는데 현재는 60% 수준이며 미국의 가스 시설 저장량 수준도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스 가격 하락에 따라 기존에 높은 가격으로 LNG 계약을 체결한 구매자들이 재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LNG 가격이 유가와 연동되는 '석유지수 가격모델'이 적용되는데, 코로나19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하면 유가와 별도로 LNG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LNG가 가격 하락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국내 발전시장도 석탄 대신 LNG 발전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ustdus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