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검사 도주' 논란에 日국회 한때 파행(종합2보)

입력 2020-03-12 18:18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검사 도주' 논란에 日국회 한때 파행(종합2보)
모리 법무상, 참의원 답변 과정에 느닷없는 '검사 도주' 발언
아베 총리, 관저로 불러 '엄중주의' 처분…사태 수습 나서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검사가 주민들을 놔두고 제일 먼저 도망쳤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상(장관·법상)이 국회 답변 과정에서 내뱉은 '검사 도주' 발언이 일본 국회를 한때 파행으로 몰아넣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논란이 커지자 12일 오후 모리 법무상을 관저로 불러 '엄중주의'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모리 법무상은 지난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 연장 문제를 따지는 야권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무소속인 고니시 히로유키(小西洋之) 의원이 정년 연장과 관련한 법 해석을 변경한 이유가 사회정세의 변화라고 했는데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라고 따졌고, 이에 모리 법무상이 "동일본대지진 당시 검찰관(검사)이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시민들이 피난하는 중에 가장 먼저 도망쳤다. 구속돼 있던 10여명을 석방하고 도망쳤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와키시는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사고가 일어나 엄청난 규모의 방사성 물질을 유출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50㎞가량 떨어져 있다.



질의의 취지에 딱 맞는 답변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모리 법무상의 뜬금없는 발언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기 상황에서 법체계를 수호해야 할 검사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의무를 저버린 셈이 되기 때문이다.
또 검찰 조직을 지휘하는 법무상이 휘하 검사들을 조롱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蓮舫) 부대표는 "(모리 법무상은) 자신이 소관하는 검사들을 사실 확인 없이 우롱했다.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1㎜도 없는 사람"이라며 "판단하는 것은 아베 총리"라고 사실상의 경질을 요구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집권 세력이던 야당 측은 모리 법무상 발언의 진위를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참의원의 의사 일정을 거부하는 등 반발했다.
이에 모리 법무상은 11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 것이다. 부적절했다"며 해당 발언을 철회했다.
그러나 동일본대지진 당시 검사들이 먼저 달아났는지를 둘러싼 사실관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후쿠시마현을 선거구로 둔 참의원 3선 의원인 모리 법무상은 작년 9월 새롭게 짜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이 출범한 지 한 달여 후에 전임자가 불명예 퇴진하면서 발탁돼 새 내각에 합류했다.
모리 법무상은 아베 총리 정권에 우호적인 구로카와 도쿄고검 검사장을 차기 검찰총장에 앉히기 위해 퇴직이 임박한 그의 정년을 편법으로 연장하는 일을 주도해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1957년 2월 8일생인 구로카와 검사장은 검사 정년을 만 63세로 정한 검찰청법에 따라 지난 2월 7일 퇴직해야 했지만, 아베 정부는 올 1월 31일 각의에서 그의 복무기간을 이례적으로 6개월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의 퇴직으로 인해 공무에 현저한 지장이 생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근무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했는데, 야당은 임의적인 법 해석으로 사법제도 근간을 뒤흔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문제 삼아 지난달 27일 모리 법무상을 상대로 한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했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검사 도주 발언'의 사실관계에 대해 "정부로서는 알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다만 후쿠시마 지검은 2011년 대지진 발생 직후 수사 진행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구금 중인 피의자를 '처분보류' 조치로 석방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입헌민주, 국민민주, 공산, 사민 등 야권 4당은 12일 오전 국회대책위원장 회의를 열어 아베 정부가 모리 법무상의 문제 발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때까지 일체의 국회 심의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표결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모리 법무상을 관저로 불러 논란을 일으킨 국회 답변 내용과 관련해 '엄중주의'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모리 법무상은 아베 총리를 만난 뒤 취재진에게 "결과적으로 법무성이 확인한 사실과 다르게 얘기했다"면서 "검찰청을 소관하는 법무상으로서 부적절하게 발언한 것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문제) 발언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결국 반발하던 야권 4당은 중의원 본회의에 참여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어 이날 표결이 예정됐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중의원을 통과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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