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소화기 증상 높은 비중은 아냐…외국 사례 추이 검토할 것"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중 발열과 기침 등 전형적인 증상뿐 아니라 설사·구토, 두통·오한 등 비특이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는 발열, 기침이 대다수 증상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환자 증상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1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확진 환자 중 감염 초기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아니라 설사·구토 등 소화기 증상, 두통·근육통 등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달 10일 대구에서 코로나19로 숨진 80대 여성도 2일 처음 설사 등 증세로 검사를 받았고 4일 폐렴 증세를 보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고 서울백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8일 코로나19에 확진된 78세 여성도 당초 입원 이유는 구토, 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이었다.
도경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코로나19가) 피로감이나 근육통, 설사로 발현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16일 확진자 28명을 조사해 내놓은 통계에서 발열(32.1%), 인후통(32.1%), 기침(17.9%) 등 외의 소화기 증상은 초기 증상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이후 나온 중국 통계에서는 이런 증상도 반영됐다.
중국 의료진이 지난달 28일 미국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확진자 1천99명을 분석한 결과 호흡기 증상인 기침(67.8%), 가래(33.7%)의 비중이 높았지만, 피로(38.1%), 근육통(14.9%), 오한(11.5%), 두통(13.6%), 설사(3.8%) 등이 나타난 환자도 적지 않았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자 현재 발열과 호흡기 증상에 국한된 환자 정의와 선별 진료 기준을 포괄적으로 넓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코로나19 환자 중 설사나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기침·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발열이 나타나는 비중이 거의 90%"라며 "소화기 증상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가 알아가는 단계"라며 "중국, 유럽 등 다른 나라와 계속 정보를 교류해 선별 진료나 환자 정의를 할 때 주요 증상의 빈도 변화 등에 대해 계속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센터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바이러스 자체가 워낙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있고, 폐렴이라고 하기 어려운 증상이 많다"면서도 "현재 사례 정의를 넓히는 것은 (의료 자원 측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srch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