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유가전쟁 벌이는 것 아냐…감산 반대는 실용적인 결정"
러 회계감사원 "유가 배럴당 35달러 유지되면 경제성장률 0% 근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는 배럴당 50달러대로의 유가 회복이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러시아 에너지부가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파벨 소로킨 에너지부 차관은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부는 배럴당 40~45달러로의 복귀는 올해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비상상황이나 조치가 없으면 45~50달러 수준 회복은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로킨 차관은 배럴당 45~55달러의 유가가 균형 잡히고 공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 주요 산유국은 앞서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감산이 원유 가격을 올려 상대적으로 채굴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석유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추가 감산 협상을 이끌었던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4월부터 산유량을 현재 하루 970만 배럴에서 1천230만 배럴까지 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도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소로킨 차관은 그럼에도 러시아가 사우디와 국제원유시장에서 유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누구와도 유가 전쟁을 벌이지 않고 있다. 현재 상황은 일정 부분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리거나 시장이 증산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감산을 했더라도 유가는 6개월이나 1년 뒤에는 결국 배럴당 40달러나 그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감정적인 결정이 아니었으며 실용적이고 근거 있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회계감사원 원장 알렉세이 쿠드린은 이날 국제유가가 향후 1년 동안 배럴당 35달러 수준에 머물고 달러 대비 루블화(러시아 통화) 환율이 72루블 선에 있으면 러시아 예산 수입은 약 3조 루블(약 48조 원) 줄어들게 되고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유가 수준이 유지될 때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0%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드린은 배럴당 40루블이나 그보다 조금 높은 유가가 형성되면 상황은 다소 좋아지겠지만 성장률은 어차피 0%에 가까울 것이며 재정적자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과 국제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외한시장 포함)에서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이날 오후 한때 전장 종가보다 2루블 이상 오른 75.05루블까지 뛰었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75루블을 넘어선 건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전장보다 2루블 이상 오른 84.38루블까지 올랐다.
러시아의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도 전장보다 12% 이상 하락한 953.64를 기록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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