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T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선언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8년 5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12일 오후 1시 4분 37초부터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했다고 공시했다. 사이드카는 주가 폭락 등으로 시장이 급변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로 국내 증시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그리스 채무불이행 우려가 컸던 2011년 10월 4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전장 대비 5% 넘게 폭락했다가 가까스로 낙폭을 줄여 결국 3.9% 빠진 1834.33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206.5원으로 무려 13.5원 오르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WHO 팬데믹 선언의 충격파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분야에서도 다급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대한상의는 추가경정예산 대폭 확대와 기준금리 인하, 임시투자세액 공제 부활, 특별연장근로 확대, 업종별 맞춤형 지원 등 30개 긴급 건의사항을 정부에 전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 15개 주요 교역국에 비즈니스 목적의 기업인 방문을 허용해달라는 긴급 서한을 발송했다. 세계 경제를 덮친 코로나19 공포와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주름살이 깊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 폭락세가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는 패턴이 이번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실물경제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심리적 눈이라면 앞으로 글로벌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짐작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국회에 보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전의 다른 감염병 때보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분업구조 확대로 글로벌 경제 쇼크가 우리에게 주는 충격이 커졌다. 의존도가 부쩍 높아진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 한국의 민간소비 부문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보다 2배나 위축되고 2분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1%에서 1.6%로 낮춘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 달 만에 다시 1.0%로 끌어내렸다. 특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의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의 충격파를 견뎌내면서 경기회복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정부가 편성한 11조7천억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여당뿐만 아니라 미래통합당 등 야당이나 학계, 시장 전문가들도 추경 확대 자체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정파적 이해관계로 당장의 대폭 확대가 어렵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신속하게 처리한 뒤 4.15 총선이 끝나고 추가 편성하길 바란다. 증액 규모 논란에 발목이 잡혀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 그만큼 약발이 떨어진다.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적격 담보증권 범위를 확대한 것은 필요할 때 은행의 유동성 확보를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 예상했던 긴급 금리 인하 조치까지 가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한은은 더는 주저하지 말고 4월 9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인하하길 바란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적 후유증을 줄이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방역은 방역대로 최선을 다하되 경기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서둘러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김대중 정부 때 중립적 경제전담팀을 만들어 외환위기를 극복했듯이 정치색을 배제한 전문가 그룹으로 전담팀을 꾸려 경제위기 극복의 틀을 다시 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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