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원 노무라증권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추경 규모 부족…지원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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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공포가 현실이 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충격에 휩싸였다.
국내 증시의 코스피도 이번 주 들어 '날개 없는 추락'을 반복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9일 4.19% 폭락한 데 이어 10일 0.42% 반등에 성공했지만 11일과 12일에는 각각 2.78%, 3.87% 추락하며 1,840선 아래로 밀려났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연일 대규모로 매도 물량이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리자 증권가에서는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정창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파생상품 등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터져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의 규모가 부족하며, 정부가 가장 타격을 입은 산업 중심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수년간 저금리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에는 다양한 파생상품이 생겨나고 거대한 투자금이 몰린 상황"이라며 "금리나 지수 관련 상품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2차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독일 금리가 문제의 방아쇠가 됐듯이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로 또 다른 손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준금리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정 센터장은 "그동안 금리가 아주 낮았다. 돈은 이미 많이 풀렸는데 회전이 안 되는 게 문제였다"며 "금리를 내리는 것보다는 추경 등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경에 대해 "'이 정도로 될까' 싶은 소극적인 규모"라며 코로나19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더 집중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이나 여행업종, 소상공인에게는 천재지변이나 다른 없는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몇몇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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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내 증시에서 주가 폭락을 촉발한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기업 가치나 종목별 옥석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팔고 보자는 '패닉 셀링'(panic selling)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인 매도세의 악순환이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의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 등지에서 이제 막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경제나 주식시장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이 뚜렷이 진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19의 팬데믹 양상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간신히 살아나려는 수출이 다시 '더블딥'(double dip)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된다는 것 자체가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요건을 만든다"며 "생산도 차질을 빚지만,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며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는 점은 다행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확산세가 걱정"이라며 "이들 지역에서의 소비 위축이 결국 생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수출과 관련해 "지난해 3분기 저점을 찍은 뒤 회복세를 보여왔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심하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며 "3월 10일까지 수출 지표는 양호했지만 향후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이 2분기까지 이어지면 경기는 'V자' 형태가 아닌 'U자' 형태로 완만하게 반등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사태가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잡히면 경기는 회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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