솅겐조약 가입국 대상으로 입국금지했으나 평소 리조트 홍보 행보 이어 뒷말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한 달간 유럽발(發) 미국 입국 금지라는 미국의 초강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리조트가 있는 나라들이 빠져 뒷말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0일간 유럽지역에서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초강수를 두면서도 유럽지역과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12일 취재진에 "우리는 결정을 해야 했고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일일이 전화를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입국 금지 대상이 된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등 26개국으로 회원국 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조약 가입국이다.
영국과 아일랜드,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등은 솅겐조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입국금지 명단에서도 빠졌다.
그런데 영국 스코틀랜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리조트가 두 개 있다. 아일랜드 둔버그 지역에도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리조트가 있는데 이들 리조트는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지역 입국 금지에는 여러 구멍이 있다. 영국에는 보건장관을 비롯한 46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있고 11일 환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6개 솅겐조약 가입국 국민들은 국경을 지날 때 검사를 하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영국에 살거나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에 있으면서 사업체 홍보를 노린 듯한 행보를 멈추지 않아 끊임없이 눈총을 샀다.
2018년 7월 첫 영국 방문 때는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와 정상회담 뒤 회견에서 뜬금없이 스코틀랜드의 골프 리조트를 언급하고 주말도 해당 리조트에서 보냈다. 영국 방문을 골프 리조트 홍보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작년 6월 영국 국빈방문에 이어 아일랜드를 방문할 때는 둔버그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 묵으면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리조트에서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결국 인근 공항으로 타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의 리조트에서 열려고 하다 비난 여론 속에 철회하기도 했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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