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가 미증유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불협화음은 유감스럽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1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 증액에 난색을 보인 홍 부총리에게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다그쳤고,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위기를 이겨내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불거졌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세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이 정도라면 두 사람의 대립이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국난 극복을 위해 손발을 맞춰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불거져 나온 집권당 대표와 정부 경제수장의 감정 충돌을 국민은 의아하고 불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당정의 지도자들이 어떤 사안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는 있으나 이성적 토론과 설득을 통해 생산적 결론을 내야 한다. 국정의 책임자들이 언동에 품격을 잃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당정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되 원초적 감정으로 부딪치는 일이 더는 없길 바란다.
추경 증액에 대한 당정의 이견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는 11조7천억원의 추경안을 제출했으나 정치권과 재계, 학계에서는 당면한 위기에 비추어 액수가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에서는 40조원 추경까지 요구하고 있다. 기업체의 생산과 국민의 소비 활동이 무너지면서 당장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일용직 근로자,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에서 민생의 절박함을 보고 듣는 여당으로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총선이 임박했다는 현실도 여당의 마음을 급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 규율이 무너지면 더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나라가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추경 증액에 신중해야 한다는 홍 부총리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추경을 증액할 경우 재원과 사용처, 경기 부양 효과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대규모 추경은 경제정책 전반의 수정을 동반해야 한다. 액수부터 덜컥 늘려놓고 재원과 용처를 정하는 일에 관료들은 익숙지 않다. 추경을 늘려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하지만, 재정 여력이나 세부 시행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야당을 설득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추경은 가용재원을 최대한 짜내 증액하되 글로벌 팬데믹의 진행과 경제 여건을 보면서 총선 후 다시 검토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실물과 금융이 맞물려 끝없이 추락하는 세계 경제의 공황을 감안하면 단순히 원포인트 재정 투입으로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재정은 물론 통화정책과 세제, 노동, 규제, 구조조정 정책 등을 한테이블에 올려놓는 전대미문의 '한국판 뉴딜'을 꺼내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하는 것도 시급하다. 지금 국정을 보면 대통령만 보이고 각료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스크 대란이나 소상공인 대출 문제에서 보듯 주요 국정 현안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내각이 움직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급한 사안이긴 하지만 보건복지 분야인 마스크 실무를 챙기느라 경제난 극복에 전념해야 할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차관이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생경하다. 사안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소관 부처에 힘을 실어 책임과 권한을 확실히 하도록 해야 한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기업·금융구조조정의 권한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맡기고 방패막이를 함으로써 관료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국민의 동참 속에 신속하게 위기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난국에서도 경제팀이 리더십을 발휘해 정책 집행의 속도와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팀에 확고한 방향 제시와 함께 제대로 힘을 실어주고, 사후에 정책의 결과를 따져 책임자들에 대한 신임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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