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간츠가 연정 꾸릴 가능성…대통령은 '거국내각' 협상 중재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의 우파 리쿠드당을 이끄는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정치 인생의 벼랑 끝에 몰렸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각 정당 관계자들을 만나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뒤 중도 정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60) 대표에게 연립정부 구성권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리블린 대통령은 이날 밤 네타냐후 총리, 간츠 대표와 만나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참여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논의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3자 회동 직후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간츠 대표가 앞으로 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에도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불과 2주 전만 해도 연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리쿠드당은 지난 2일 치러진 총선에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석 120석 가운데 36석으로 최다 의석을 얻었다.
의회의 제1당 당수가 총리 후보로 지명된 관례를 볼 때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권을 먼저 받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총선 이후 야당의 반(反)네타냐후 전선이 두텁게 형성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간츠 대표는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을 법적으로 저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들은 이스라엘 총리의 임기를 2차례를 제한하고 검찰에 기소된 총리가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의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아랍계 정당들은 15일 리블린 대통령과 만나 간츠 대표를 차기 총리 후보로 추천했다.
간츠 대표가 차기 총리로 확정될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자칫 정치적 인생이 끝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결국 비리 혐의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의 첫 재판은 오는 17일 예정돼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5월 24일까지 연기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모두 14년이나 되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 유명하다.
보수 강경파 정치인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달변과 지적인 이미지 등을 앞세워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비비'(Bibi)라는 애칭으로 인기를 누렸다.
1993년 보수 리쿠드당 당수가 된 그는 19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몬 페레스 노동당 대표를 누르고 처음 총리에 당선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46세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네타냐후는 1999년 총선에서 패배 후 정계를 떠났고 2009년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2위에 그쳤음에도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아 10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했다.
5선을 노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영토, 안보 분야에서 강경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1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에 편향된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을 때 자리를 함께했다.
또 그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합병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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