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사회 전세기 자체 수요조사…코로나19 공포·건강 우려 증폭
파리·프랑크푸르트∼인천 노선 아직 운항 중…"최악 상황 대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현지 한인사회도 뒤숭숭하다.
많은 교민이 생업으로 삼는 관광업쪽 일감이 사실상 끊긴 가운데 현 상황을 피해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려는 집단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한인회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한인사회는 15일(현지시간) 전역에 분포한 교민들을 상대로 전세기 이용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 운항이 모두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현재 항공편을 이용해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방법은 프랑스 파리 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밀라노·베네치아와 인천 간 직항노선은 일찌감치 끊긴 상태다.
파리-인천 노선은 매일 한차례, 프랑크푸르트-인천은 주 5회 운항이 유지되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 역시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어 언제 하늘길이 끊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체 5천명 규모인 현지 한인사회는 코로나19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 상황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날 현재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만4천747명, 누적 사망자 수는 1천809명에 이른다. 누적 확진자와 누적 사망자 모두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가장 많다. 하루 기준 증가율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교민들을 더 큰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현지 의료 사정이다.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의료시스템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현지 TV에선 병원 집기류를 치운 공간에 간이 침상을 배치한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장면도 나오고 있어 교민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병실과 의료진, 의료장비 등의 부족으로 지병을 가진 일정 나이 이상의 고령자는 치료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세기 수요조사는 이러한 현지 상황에 대한 교민들의 공포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많은 교민이 관광업에 종사하는 수도 로마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사실상 일감이 끊겨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는 교민들도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조사를 주도하는 한 교민은 "가족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 또는 위기감을 느끼는 교민들로부터 전세기 관련 문의가 많다"며 "현재까지 50여명 정도가 전세기가 마련되면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세기 운항을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운항거리, 탑승 인원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전세기를 이용하려면 많게는 1인당 약 400만원 안팎의 항공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를 띄우려면 이탈리아 당국과의 외교·실무적 조율 과정도 필요하다.
일단, 주한이탈리아한국대사관은 전세기를 마련하려는 교민사회 움직임에 대해 이용가능한 항공편이 있는 만큼 다소 이른 시점 아니냐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주 비공식 언론 브리핑에서 이탈리아 상황과 관련해 "항공, 교통편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전세기 투입은 현지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검토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국적항공사들은 현재로선 프랑스나 독일을 경유해 인천으로 가는 루트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지만,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경우 교민사회 및 정부와 협의해 전세기 투입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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