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 "기업 직접 자금지원 빠져 시장불안 계속"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16일 연준의 기습 조치에 대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의 가장 강력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러나 "기업에 대한 직접 자금 지원이 빠지면서 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연준이 앞으로 '최후의 카드'인 기업 직접 자금 지원에 나설 경우 국내외 증시가 급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연준은 15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또 7천억 달러(약 853조원) 규모의 국채·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 사실상의 양적완화(QE)에 착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세계 5개 중앙은행과 공조해 달러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는 등 전 세계 달러 유동성을 개선하기로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연준이 주말에 금리를 변경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조치로, 지난 1979년 10월 6일 토요일 저녁의 금리 인상 이후 처음"이라며 "이번의 기습 금리 인하는 통화당국 차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춘 점, QE 규모가 지난 2차 양적완화(QE2) 당시의 6천억 달러를 넘어서는 점 등은 연준이 현 상황을 금융위기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준의 전격 조치에도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연준 발표 이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선물은 4% 이상 급락했다.
이에 대해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전격적인 통화 완화에도 금융시장 불안감은 오히려 확대됐다"며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불안의 원천인 기업 신용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의 목표는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 금융회사가 기업에 자금을 수혈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미 금융시장은 불안에 휩싸여 취약한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당장 필요한 것은 기업 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연준의 직접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이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등 기업에 대한 직접 자금 지원에 나설 경우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의 본질은 기업 현금흐름의 문제"라며 "일각의 예상처럼 연준이 CP 매입에 나서면 타격을 받은 기업 현금흐름을 곧바로 메워줄 수 있어 매우 적절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초 기대했던 회사채·CP 매입이 발표되지 않아 발표 직후 나스닥 선물이 3% 이상 하락했다"며 "그러나 금융시장이 계속 안정되지 않는다면 연준이 회사채·CP 매입 등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뒀다가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일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연준이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 강력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 이번 주부터 미국 증시는 의외의 V자 반등을 보일 수 있다"며 "한국도 정부의 저비용항공사(LCC) 자금 지원 방안 등 비슷한 조치가 나오고 있어 이제부터 증시 급반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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