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상화 갓 시동 걸었지만 팬데믹에 해외수요 감소
5.6% 연간 경제성장률 마지노선 사수 비상…인플레에 실업률 급등까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전체 판에 걸친 극적인 붕괴(dramatic collapse)를 보여줬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예상보다 훨씬 나빴던 중국의 1∼2월 주요 경제 지표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의 1∼2월 주요 경제 지표가 실제로 발표되면서 시장에 한 차례 충격을 줬다.
대체적인 시장의 예상보다 중국 경제가 받은 충격이 훨씬 컸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모은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있는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13.5%를 기록했다. 월간 산업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1∼2월 소매판매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역시 각각 -20.5%, -24.5%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각종 경제 지표는 모두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악화 일로다.
제조업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 전월의 50.0에서 35.7로 급전직하하며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PMI에서 경기 위축과 경기 확장을 가르는 기준은 50이다.
중국의 1∼2월 수출도 작년 동기보다 17.2%나 떨어졌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동월보다 0.4% 하락했다. 제조업 등 분야 활력과 연결되는 경기 선행 지표인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것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이처럼 경제 전반이 코로나19 사태로 큰 내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우선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분석 기사에서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역성장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작년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5%로 전 분기(6.0%)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응답자들은 전 분기 대비로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에 관한 시장의 눈높이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국제사회에서는 대체로 코로나19 충격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6.0%가량에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펴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2%에서 4.8%로 낮췄다.
최근 코로나19가 절정을 지났다고 선언한 중국은 조속한 경제 정상화를 바탕으로 브이(V)자 모양의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중국 역시 피해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SCMP는 최근 중국의 수출 기지인 광둥성의 중소 제조업체에 들어오는 해외 주문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다"며 "세계적인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은 중국 제품 수요를 저해할 수 있는 글로벌 경기 후퇴 우려를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속한 경기 둔화는 국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정은 경기 대응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당장 민생 안정과 직결되는 실업률이 2월 사상 최고 수준인 6.2%로 치솟은 것부터가 당국에는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돼지고기 등 서민 생활 안정에 직결되는 식료품을 중심으로 소비자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내년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올해를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의 마지막 해로 예고한 바 있다.
중국공산당이 공언한 대로 2020년까지 GDP를 2010년의 두 배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올해 5.6%가량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친 지급준비율 인하와 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면서 경기 떠받치기에 나선 상태다.
코로나19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연기돼 아직 정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중국은 재정 적자율을 작년보다 높게 잡는 등 더욱 공격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중국의 현 지도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임 지도부가 펼친 4조위안대 규모의 초대형 부양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큰 상태라는 점에서 부양 정책의 강도에 관한 고심은 여전히 커 보인다.
중국의 부채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식품 등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점도 중국의 정책 당국의 운신 폭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마오성융(毛盛勇)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염병의 충격과 국내외의 복잡·엄중한 국면 속에서 거시 정책의 집행 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면서도 "물이 차 넘치듯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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