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서 한국 관광객 150명 발 묶여…중남미 국경폐쇄 속출(종합)

입력 2020-03-17 08:39  

페루서 한국 관광객 150명 발 묶여…중남미 국경폐쇄 속출(종합)
페루, 외국인 입출국 금지…한국대사관 "현지 정부에 출국 허용 등 요구할 것"
칠레·과테말라 등도 국경 폐쇄…항공편 취소로 출장자 등 귀국 난항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걸어 잠그는 중남미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외국인 입국뿐만 아니라 출국까지 막고 있어 여행객이나 귀국을 원하는 한인들이 현지에서 발이 묶이게 됐다.
주 페루 한국대사관은 16일(현지시간) 페루 정부의 국경폐쇄 조치 이후 페루 내 한국 관광객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이날 오후까지 모두 150명의 관광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중 137명이 귀국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페루 정부는 17일 자정을 기해 육로와 항로, 해로 모든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국경을 통한 입국은 물론 출국도 금지된다.
페루 정부는 또 페루 내 모든 사람이 15일 동안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증상 유무와 여행력과 무관하게 전 국민이 생필품과 의약품을 사거나 병원에 갈 때 등을 제외하곤 외출할 수 없다. 다만 필수 인력 등은 근무를 이어가 전기, 수도, 통신 등 공공 서비스는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에 한국 관광객들도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15일간 숙소에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장기 여행이 많은 중남미 여행의 특성상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확산하기 전에 여행을 떠난 경우가 많다.
박선태 주 페루 대사 대리는 "미주, 아시아 다른 국가 대사들과 함께 오늘 페루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출국 허용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귀국을 원하는 국민을 도울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루 외에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잇따라 국경폐쇄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15일간 모든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외국인은 모두 입국이 금지된다.
이미 입국한 외국인의 출국과 환승은 가능하지만, 칠레로 들어오는 국제선 항공이 폐쇄되거나 축소되면 나가는 항공편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출국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주 칠레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현재 체류 중인 여행객은 국경 폐쇄로 항공편이 취소될 수 있으니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라"고 당부했다.
칠레에선 지금까지 15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전날 하루에만 80명이 늘었다.
과테말라의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도 이날 2주간의 국경 폐쇄 조치를 발표했다.
17일 자정을 기해서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다.
사망자 1명을 포함해 7명의 확진자가 나온 과테말라의 경우 이미 지난 12일부터 한국 국적자 등의 입국을 막았는데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면 사실상 출국도 막히는 셈이다.
육로의 경우 과테말라 국적자와 거주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파라과이, 파나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로 한 상태다.
멕시코의 경우 입국을 제한하진 않았지만 멕시코항공사 아에로멕시코가 한국과 중남미를 잇는 유일한 직항 노선인 인천-멕시코시티 노선을 갑자기 중단하기로 하면서 예약 고객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멕시코에 5개월째 장기 출장 중인 대기업 직원 김모 씨는 "4월 귀국 항공권을 예약하고 결제까지 마쳤는데 운항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기사를 보고야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전 공지도 없었고, 이후에도 환불이나 변경 등에 대한 안내를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 멕시코 한국대사관은 대책 마련을 위해 항공사 측과 다각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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