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공포감 해소돼야…방역지침 마련하고 교내환경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정부가 초중고교 개학을 4월 6일로 연기하기로 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고려할 때 언제쯤 개학을 하는 게 적절한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는 '지역사회 감염'이 끝나야 개학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개별 확진자의 감염경로 추적과 접촉자 관리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수준으로 확산세가 꺾여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의료계는 개학은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 경로가 명확히 파악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국내에서 30번째 환자가 나오던 때처럼 개별 환자를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감염 수준이 아주 낮아졌을 때 개학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때도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부터 학교 수업방식까지 세밀한 준비가 돼야 개학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코로나19 유행 불길을 확실히 잡아야 개학을 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서 감염된) 아이가 또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가 감염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학하면 자칫 학교가 서울 구로구 콜센터나 경기 성남 은혜의 강 교회와 같은 집단감염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종교 행사 강제적 금지 조치에는 매우 신중한 접근 필요" / 연합뉴스 (Yonhapnews)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감염자의 활동을 줄여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 필요성이 사라졌을 때 개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는 "방학(개학 연기)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본"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개학하면 지역사회 2차 유행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학은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건물 폐쇄 등 조치가 필요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된 이후에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소아감염학회의 은병욱 을지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개학을 했는데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학교를 폐쇄하는 조치가 이어진다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개학 전에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학을 무한정 미룰 수 없기 때문에 개학에 따른 방역 지침과 학교 환경을 만들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학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현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감염 위험만 놓고 보면 개학을 계속 미뤄야 한다"며 "개학에 대비한 방역 지침을 먼저 만들고 의학적, 사회적 측면에서 개학 시기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 세계 유행이 끝나지 않는 한 감염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위험을 어느 정도로 감당할 수 있는지 균형이 필요다"고 말했다.
이어 "개학 시기를 결정하기 전 방역 지침 마련뿐만 아니라 학교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며 "교내에 손 씻을 공간이 충분한지, 한곳에 여러 명이 모이지 않도록 수업이나 공간을 조정할 수 있을지 등 환경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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