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자체 "'조선인 강제송환' 구호는 혐한시위"…처벌기준 제시

입력 2020-03-17 15:19  

日지자체 "'조선인 강제송환' 구호는 혐한시위"…처벌기준 제시
혐한 발언 구체적으로 적시…"역사인식 표명·정치적 주장 제외" 한계
전국 첫 혐한시위 처벌 시도 주목…처벌 수위 약하다는 의견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재일 한국·조선인을 겨냥한 '혐한'(嫌韓) 시위 등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처벌하는 구체적 기준을 일본 지자체가 내놓았다.
이 지자체는 올해 7월부터 일본에서 처음으로 혐한 시위를 처벌하는 조례를 시행할 예정이라서 개별 행동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는 올해 7월부터 전면 시행될 '가와사키시 차별 없는 인권 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의 해석 지침을 17일 발표했다.
지침은 우선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해 해를 끼치겠다는 의사를 담은 협박적 언동을 하는 경우 헤이트 스피치 금지 조례에 위반된다고 해석했다.
예를 들면 '○○인을 죽여라', '○○인을 바다에 던져 넣어라'는 등의 발언이 이에 해당한다.
또 특정 지역이나 국가 출신자를 바퀴벌레 등 곤충이나 동물, 사물에 비유하는 언동은 일본 외 출신자를 업신여기고 깔보는 행위로 역시 조례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인은 이 마을에서 나가라', '○○인은 조국으로 돌아가라', '○○인은 강제송환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 역시 일본 외 출신자 배척을 선동하는 것으로 조례가 금지한 헤이트 스피치라고 예를 들었다.
이번 해석지침은 혐한 시위 등의 현장에서 자주 등장했던 실제 발언과 가까운 것을 사례로 들면서 이런 언동이 위법하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례는 역사 인식의 표명, 정치적 주장 등은 기본적으로 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헤이트 스피치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의식한 설정인 셈이다.
우익 세력 등이 일제 강점기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이와 관련된 사실과 다른 주장을 주제로 혐한 시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와사키시 조례가 이를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와사키시의 조례는 일본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헤이트 스피치를 처벌하는 것이라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우익 세력의 집요한 시도 등을 고려하면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와사키시의 조례는 혐한 시위 등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고 이를 반복하는 경우 이름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위반자를 형사 고발해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50만엔(약 584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가와사키시는 조례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조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인권을 존중하는 공동체 만들기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해석 지침을 작성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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