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코로나19 확진자 디지털추적 두고 '사생활침해' 논란(종합)

입력 2020-03-17 23:05  

이스라엘 코로나19 확진자 디지털추적 두고 '사생활침해' 논란(종합)
이스라엘 "전쟁 중"이라며 한달간 '견제없는 사찰권' 확보
전문가들 "미국 '애국법'처럼 국가를 감시사회로 바꿀 우려"



(서울·카이로=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시민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수집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가 이날 휴대전화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자의 위치 추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신베트의 한 관리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번 활동은 법무부 장관과 정부의 승인을 받아 시작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15일 신베트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위치 등 정보를 법원의 영장 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안건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코로나19 환자의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들에게 바이러스 노출이 우려된다고 알리고 격리를 강제할 수 있게 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신베트가 의회 승인 없이도 30일간 이런 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비상 명령을 정부가 승인하겠다고 밝혔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4일 이번 조치를 예고하며 대만 역시 자국민의 휴대전화 정보를 활용해 격리를 성공적으로 지시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 특별한 조처를 요구하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번 조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지난 16일 신베트의 휴대전화 정보 수집에 대해 "자국민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법 전문가들도 이스라엘의 이번 조처가 실제 코로나19 차단 효과는 미미한 반면 시민의 사생활은 지나치게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루살렘의 싱크탱크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원'(IDI)의 테힐라 슈바르츠 알트슐러는 이번 정부 계획이 이스라엘을 '감시 민주주의'로 변모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처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발의한 '애국법'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시 미국은 애국법 215조를 근거로 수백만 명의 통신기록을 은밀히 수집했다.
현지 인권단체인 이스라엘시민권협회(ACRI) 역시 이번 조처는 신베트의 권한을 안보 외적인 이슈로까지 확대해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ACRI 소속 변호사인 아브너 핀축은 "신베트는 국가 안보 관련 사안만 다룰 권한이 있다"며 "국가 안보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꽤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중도좌파 성향 야당인 노동당 소속 전직 의원 레비탈 스위드도 트위터로 정부 제안은 가혹하며, 개인의 사생활을 모든 면에서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민 개인정보의 대량 수집을 추진한 국가는 이스라엘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들의 나이, 국적, 입원 기간, 거주지 등 구체적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개하고 있다.
대만도 감염 의심자들에게 격리를 강제하기 위해 이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얼굴 인식 기술로 시민들을 추적하고 있다.
한국도 신원을 밝히지는 않지만 확진자의 GPS(인공위성위치정보)를 파악하고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감시 드론을 띄워 시민들의 체온을 재도록 하는 중국 등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과 비교할 때 논란의 수위가 낮다는 평가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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