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국제회계기준 도입 1년 연기에 보험업계 한숨 돌리나

입력 2020-03-18 09:20  

새국제회계기준 도입 1년 연기에 보험업계 한숨 돌리나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이 재차 1년 연기됨에 따라 저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보험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정례회의를 열고 IFRS17의 시행 시기를 2023년 1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IFRS17이 논의될 당시엔 2021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2022년 시행으로 변경되더니 이번에 재차 1년 더 연기됐다.
IFRS17은 보험사가 보험부채(앞으로 고객에게 줘야 할 보험금)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원가평가는 최초 보험계약을 맺은 시점에 해당 상품 설계대로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방식이라면, 시가평가는 매 결산 시기에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로 보험부채를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다.
원가평가 방식은 보험부채가 사전에 결정돼 그에 따라 책임준비금을 쌓으면 되지만 시가평가 방식은 결산 시기마다 보험부채가 달라져 그때마다 준비금 규모도 바뀐다.
특히 원가평가 방식에 적용되는 예정이율보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보험부채가 늘어나 보험회사는 추가로 적립금을 쌓아야 하고 적정 기준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도 늘려야 한다.
과거 고금리로 팔았던 상품이 많은 보험회사로서는 저금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부채가 막대하게 늘어나 재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번 연기 결정에는 IFRS17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이 작용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IFRS17과 같이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지급여력제도인 솔벤시Ⅱ(SolvencyⅡ)를 시행 중인 유럽보험협회조차 IFRS17 도입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FRS17 1년 연기 방안에 IASB 위원 14명 중 12명이 찬성한 것은 각국의 이런 입장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이번 연기로 IFRS17 시행에 발맞춰 준비 중인 신(新)지급여력제도(K-ICS)의 도입도 순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1년 연기로 보험회사들이 시스템 구축이나 검증, 자본확충 등 실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게 됐다고 볼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 금리 하락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시가평가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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