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문 늦게 열리고, 결석 투표참관인 속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일리노이 주가 17일(현지시간) 극심한 혼란 속에 예비선거를 치렀다.
시카고 트리뷴과 WGN방송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 쿡 카운티의 일부 투표소에는 투표 시작 시간까지 투표기기가 도착하지 않아 일부 유권자들이 하릴없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또 바이러스 감염 우려를 이유로 출석을 포기한 투표 참관인들이 속출해 선거관리위원회 측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쿡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는 "젊고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투표 참관인이 될 수 있다"며 대체 인력을 급구해 투표 당일 투표소에서 참관인 선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선정된 사람의 10%에 달하는 약 850명이 투표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리노이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시작 시간이 늦어진 쿡 카운티 40개 투표소의 운영시간을 밤 8시까지 연장했으나, 오후 들어 시카고 지역에서 코로나19 관련 일리노이주 첫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표소 분위기를 더욱 썰렁하게 만들었다.
일리노이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하루 사이 55명이 추가되며 17일 오후 현재 160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시카고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으로, 이달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이날 시카고 웨스트리지 지구의 크라이슬러 매장에 설치된 투표소는 또다른 '유령 도시'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오후 3시30분 현재 15지구 투표소 등록 유권자 900명 가운데 86명이 투표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 투표소에서 20년째 투표 참관인으로 일해온 조이스 월(60)은 "보통 예비선거 투표율은 본선거에 비해 낮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앞서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선거 당일 투표소 인근에서 막판 선거운동을 벌이는 지자체 선출직 공무원 후보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양로원에 설치됐던 투표소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 보호를 이유로 갑작스레 폐쇄되고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카고 사우스사이드 지구 주민 제넬 코티지(80)는 오전 9시 집을 나선 지 6시간 만인 오후 3시에야 투표가 가능한 투표소를 찾아 어렵사리 한 표를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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