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보다 여론에 편승해 대응한다는 의구심 키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 대신에 여론을 살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내부에서 확산한 소규모 집단인 이른바 '클러스터'를 분석한 지도를 17일 수정했다.
앞서 발표한 클러스터 지도에서는 10개 광역자치단체에 15개의 클러스터가 있다(15일 기준)고 분석했다가 17일 8개 광역자치단체에 13개의 클러스터가 있다(17일 기준)고 축소하는 내용으로 지도를 변경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오이타(大分)현으로부터 감염자 수 인정이 잘못됐다는 항의를 받고 지도를 수정했다.
감염차 5명 이상의 집단을 표시하도록 클러스터 지도를 작성해 공표했는데 이에 관해 이견이 제기된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애초에는 클러스터로부터 가족 등에게 전염된 것까지 포함해 감염자 수가 5명 이상이면 지도에 표기했는데 항의를 받고 17일에 새로 공개한 지도는 동일한 발생 장소를 기준으로 감염자가 5명 이상인 곳만 표시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이 결과 애초 클러스터 지도에 표시돼 있던 오이타현과 와카야마(和歌山)현의 의료기관, 지바(千葉)현의 사회복지시설이 빠졌다.
아울러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1개의 클러스터로 표시됐던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이 2개로 구분됐다.
그 결과 전체 클러스터의 수는 15개에서 13개(15-3+1=13)로 감소했다.
후생노동성 담당자는 "일부 지자체로부터 클러스터가 있는 것 때문에 감염이 확대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항의를 받았으나 오히려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설명이 부족했다"고 닛케이에 설명했다.
보도대로라면 지자체의 항의에 분류 기준을 수정한 셈이다.
어떤 분류가 더 타당한지와는 별개로 전염병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으로서 애초에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감염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시기에 여론의 눈치 보기를 한다는 의심을 키우는 대응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해 "과학이 정치에 졌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 전문가 회의 구성원인 오카베 노부히코(岡部信彦) 가와사키(川崎)시 건강안전연구소장은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에 "매우 유감"이라고 최근 일본 기자클럽 회견에서 논평했다.
전문가 회의는 2월 하순 폐쇄 공간에 모이는 것의 위험성 등을 알리도록 일본 정부에 제언했는데 아베 총리는 여론 평가에 반응해 전문가 회의 제언에 없는 대규모 행사 자제 및 연기, 초중고 일제 휴교 등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직후에 오카베 소장은 "전문가 회의에서 논의한 것이 아니다"며 반발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오카베 소장은 18일 보도된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일제 휴교에 대해 전문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본 정부가 자문도 하지 않았다며 "장단점에 관해 전문가 의견을 들었더라면…"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부야 겐지(澁谷健司)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공중위생연구소장은 "효과적이지 않은 시책이 정치 주도로 실행되고 있다"고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응을 비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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