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중대본 간담회서 분당제생병원장과 접촉…중대본 업무 공백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김강립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이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영상 분당제생병원장의 '접촉자'로 분류됨에 따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확진 환자의 접촉자는 '2주간 자가격리' 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김 총괄조정관이 즉각 자가격리에 들어감에 따라 코로나19 대응 컨트롤타워인 중대본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총괄조정관뿐만 아니라 복지부 국장 2명 등 관계자 8명도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들은 앞으로 2주간 자가격리 기간에 증상이 나타나면 진단검사 등을 받게 된다. 현재는 모두 증상이 없어 진단검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중대본은 전했다.
중대본은 이들이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 총괄조정관 등 중대본 핵심 인사 다수가 최소 14일간 자리를 비우게 돼 코로나19 대응 업무에도 공백이 우려된다.
이들 중 확진자가 나온다면 줄곧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함께 해온 중대본 직원들 다수가 다시 접촉자 등으로 분류돼 중대본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김 총괄조정관은 지난 17일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해 국회 회의에도 참석했다.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때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과 같은 회의장에 있었다.
김 총괄조정관은 코로나19 대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부처 대책을 조율한다. 또 매일 열리는 중대본 언론 정례브리핑을 주재해 국민에게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알리는 역할도 해왔다.
그의 업무는 당분간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이 이어받을 예정이다.
김 총괄조정관이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된 것은 지난 13일 자신이 주재한 중대본과 수도권 대학·종합병원장 간담회 때문이다.
이 간담회는 중대본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하고자 병원장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이영상 분당제생병원 원장을 비롯해 수도권 대학·종합병원장 23명이 참석했다.
방역당국이 이 원장의 발병 시점은 간담회보다 하루 이틀 이른 11∼12일로 추정하고 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이 날 간담회에서 김 총괄조정관 등 복지부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간담회 개최 시점이 중대본이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당부해온 지난달 29일 이후여서 중대본으로서는 김 총괄조정관 등의 자가격리로 인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김 총괄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손 씻기, 기침예절 등 국민위생수칙을 서로 지키고, 행사나 모임 등을 자제하면서 서로 간의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써주시길 요청드린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업무상 병원장과의 대면회의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화상회의나 서면협조로 대체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에서는 국민 개개인의 1차 방역을 강조해오던 정부가 정작 내부에서는 그 원칙을 허술하게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태의 파장을 우려해 김 총괄조정관 등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조기에 진단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자가격리에 들어간 정부 장·차관급 인사는 김 총괄조정관이 두번째다.
앞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 부처 장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그는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수부 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부에서는 직원 2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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