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증산 따른 하락이면 국내경제 플러스 요인
하지만 이번엔 코로나19발 글로벌 수요둔화 우려가 더 큰 요인…"성장률 부정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국제유가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초저유가가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석유 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기본적으로 교역조건을 개선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늘려 전반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 기름값이 줄고 겨울철 난방비 부담도 적어지다 보니 그만큼 지갑이 두툼해질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유가 DSGE(동태확률 일반균형) 모형 구축 및 유가 변동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원유공급 충격으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첫해에 0.1%포인트, 이듬해에 0.24%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유가 10% 하락이 첫해 기준으로 GDP를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공급측 요인에 따른 유가 하락 영향을 살펴본 것으로, 실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유가 하락의 원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유가 하락의 원인이 산유국 간의 '치킨 게임'에 따른 공급측 요인 때문이라면 국내 성장률과 경상수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가 상승률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아낀 기름값'에 따른 실질구매력 상승이 소비 증가와 기업의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반면 유가 하락이 세계경기 둔화 등 수요측 요인에 기인한다면 실질구매력 상승에 따른 이익은 상쇄되고 오히려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 커지게 된다.
수요측 요인으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성장률이 0.3%포인트 오른다는 한은 연구 결과도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유가 10% 하락 시 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제유가 폭락의 배경에는 산유국 간 감산 협의 실패와 같은 공급측 요인이 기폭제가 됐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추가 감산 협상이 러시아의 반대로 이달 초 결렬된 게 결정타였다.
그러나 이번 유가 급락의 기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석유 수요 감소 우려가 놓여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 입장에선 유가 하락을 단순히 호재로 받아들일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산유국 경기가 나빠지면 건설·플랜트 관련한 발주 취소가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조선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원유 수입액 감소 효과에 못지않게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유가 하락은 산유국의 감산 실패 영향도 있지만,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영향이 더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 하락 자체만 두고 부정적이라 보긴 어렵지만, 그 원인이 세계경제 부진에 있다는 점에서 국내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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