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종교집회서 500명 이상 집단 감염…이웃 나라 퍼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대형 이슬람 종교집회서 500명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웃 나라까지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서 19∼22일 같은 행사가 준비됐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언론의 관심이 쏠리자 행사 시작 당일 취소를 결정했다.
19일 현지 매체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고와에서 1만여명의 이슬람 신자(무슬림)가 모이는 부흥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지방 정부와 경찰이 주최 측에 집회를 연기해 달라고 설득했으나 처음에는 듣지 않았다.
이미 8천여명이 모였고, 태국과 인도, 필리핀 등 해외 무슬림 참가자들도 속속 도착했다.
공동 주최자인 무스타리 바흐라누딘은 "우리는 신을 더 두려워한다"며 "모든 인간이 질병과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육체를 넘어선 영혼이 있다"며 행사 강행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 종교부 차관은 "지방 정부와 주최 측이 오랜 시간 협상한 끝에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제야 안심이 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이슬람 선교단체인 타블리기 자마앗(Tablighi Jama'at) 회원들이 주관했다. 이 단체는 '다크와'라는 이슬람부흥주의 운동을 벌여왔다.
앞서 같은 단체 회원들이 2월 28일∼3월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스리 페탈링 이슬람사원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1만6천여명이 참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해당 집회 참가자 6명을 인터뷰한 뒤 "캐나다, 나이지리아, 인도, 호주 등 수십 개국에서 참여했고,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중국과 한국 국민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기도하고 악수했으며 음식을 나눠 먹었다.
이후 행사에 다녀간 브루나이인 53세 남성이 코로나19 첫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 790명 가운데 514명이 이 집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감염됐다.
브루나이의 확진자 68명 가운데 대다수가 이 집회와 관련 있고,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에서도 해당 집회 참석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2일 첫 확진자 발생 후 감염자가 227명으로 늘었고,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도시 봉쇄' 등 적극적인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봉쇄 방향으로는 고려한 적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확진자 급증으로 18일부터 '국가 봉쇄'를 단행한 말레이시아처럼 인도네시아의 이번 종교집회가 코로나19 사태 기폭제가 될까 우려를 제기했다.
무슬림 남성의 의무인 금요일 합동 예배도 코로나19 확산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자국 내 모든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금요 대예배를 당분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울라마평의회(이슬람의결기구)는 금요일 합동 예배를 취소하지 않고, 확산 지역에서는 합동 예배를 하지 말라고 권고에 그쳤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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