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제한령·상점 폐쇄령 속 살아남은 문화 정체성
이탈리아 신문·독일 자전거·네덜란드 '테이크아웃' 대마초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대륙을 휩쓸고 있는 와중에도 각국이 끝까지 지키고 싶어하는 문화적 정체성이 있기 마련이다.
벨기에에서는 감자튀김이,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혔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까지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돼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중국의 확진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유럽 각국 정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식료품을 사거나 병원·약국에 갈 때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도록 하고 일부 상점을 폐쇄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벨기에 정부는 역시 대부분 상거래를 중단하면서도 골목 곳곳에서 감자튀김을 판매하는 상점 문은 열어 놓도록 했다.
매기 드블록 벨기에 보건부 장관은 이 조치를 두고 "국민을 굶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신 벨기에 당국은 감자튀김 상점 앞에 줄을 설 때 가까이 붙어있지 말고, 구매 후에는 즉시 자리를 떠나 달라고 당부했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생활필수품 목록에 들어가면서 와인 상점들은 다수 상점이 문을 닫을 때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정부는 보름간 이동제한령을 내리면서 와인 상점을 비롯해 빵집, 정육점, 담뱃가게, 식료품점 등 약 40가지 범주를 문을 열어도 되는 예외로 인정했다.
정부의 예외 인정에도 일부 와인 상점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문을 닫았으며, '생존 와인팩'을 만들어 각 집으로 배달하기도 했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는 애초 대마초를 판매하는 커피숍 등을 폐쇄하려고 했다가 음지에서 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대마초를 판매하는 커피숍을 열어 놓되 대마초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서 피우라는 '테이크 아웃 정책'을 장려하기로 했다.
폴 데플라 브레다시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커피숍 폐쇄로 길거리에서 대마초를 거래하게 만드는 게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다소 느슨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은 자전거를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상점의 문을 열어두기로 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는 자전거를 타라고 독려했다.
독일의 최대 자전거 협회는 성명을 내고 자전거를 탐으로써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는 전국이 봉쇄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종이로 인쇄된 신문을 구매할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국가인 만큼 고령층에게 신문 읽는 즐거움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마에서 뉴스가판대를 운영하는 이바노 카니는 "밀폐된 실내에 갇힌 채 손님들과 2m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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