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연일 초강세…너도나도 '달러화 현찰' 확보 경쟁
대외 달러난에 통화스와프 확대…대내 자금난엔 CP매입·양적완화·제로금리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비상조치들을 속속 꺼내 들고 있다.
모든 카드를 올인하듯, 불과 닷새 사이에 '속도전'으로 내놨다.
그 핵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부족해진 '달러화 유동성'에 맞춰진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낮 12시30분 현재 1.10% 이상 상승하면서 102선을 웃돌고 있다.
달러화는 1992년 이후 거의 30년만에 최대폭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달러화 인덱스는 지난 9거래일 동안 7% 넘게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모든 투자자가 '달러화 현찰' 확보에 나섰다는 의미다.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원유뿐만 아니라,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나 금(金) 시장으로 매도세가 번진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달러난이 심화하면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경제주체의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신흥시장에선 자본유출로 추가적인 타격이 빚어지고, 신흥국 위기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경제권으로 번질 수 있다.
기축통화국으로서 무한한 '달러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연준이 '비상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준은 이날 한국, 호주, 브라질 등 9개국 중앙은행으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흥시장에도 달러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한미 간 통화 스와프 체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은과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된 2008년 10월 30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연준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글로벌 달러화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고, 국내외 가계·기업의 신용공급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 스위스, 일본 등 5개 중앙은행과의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통화스와프가 대외적인 '달러난'에 대응한 것이라면,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는 미국 내 자금시장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포석이다.
연준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파격 인하하면서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장기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사실상 재가동했다.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재할인 창구(discount window)도 다시 도입했다.
이틀 뒤인 17일에는 '기업어음(CP) 매입기구'(CPFF)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현금 확보가 다급한 기업체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연준은 원칙상 상환위험이 있는 민간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없지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발동되는 특별권한을 근거로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거쳐 CP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몇시간 뒤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PDCF) 제도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연준의 재할인 창구를, 주요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 이른바 '프라이머리 딜러'들에게 개방하는 조치다.
이튿날인 18일에는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유동성 장치'(Money Market Mutual Fund Liquidity Facility)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업어음(CP) 등 주로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머니마켓 뮤추얼펀드'가 환매 압박을 받으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자금난이 확산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장치다.
금융위기 이후로 도입한 각종 금융권 규제조치들도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은행의 자본·유동성 규제를 풀어줄 테니, 적극적으로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제공하라는 취지다.
단기 유동성은 지속해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연준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다양한 만기물에 걸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다만, 달러난이 조기에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연준의 정책효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시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금융시장 전반의 '투매'가 본격화한 상황에서는 '달러화 쏠림'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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